NC 선발 베렛에 꽁꽁 묶였던 기아 타선은 8회 빅이닝을 만들며 역전승을 했다. 결과적으로 전날 내린 비가 기아에게 축복이 된 셈이다. 하지만 꼴찌 팀과 대결,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에서 힘들게 역전승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현재 기아의 전력이 이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양현종 선발 윤석민 마무리, 홈런 두 방으로 겨우 이겼다

연패에 빠진 팀을 구하는 것은 에이스의 몫이다. 에이스가 많은 돈과 존경을 받는 이유는 팀이 어려운 순간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양현종에게 거는 기대 역시 이런 이유다. 지난 시즌 20승을 달성하며 MVP까지 받은 명실상부 최고의 투수인 그가 나오는 경기는 이겨야만 한다.

양현종과 베렛의 선발 대결은 기대되었다. 베렛이 부상 후 돌아와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선발 대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현종은 1회만 좋았다. 공 7개로 1회를 손쉽게 마무리했고, 베렛은 2사 상황에서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았다.

NC 선발 로건 베렛 Ⓒ연합뉴스

2회부터 양현종은 위기 속에서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1사 후 권희동과 최준석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효과적으로 잡으며 첫 위기는 벗어났다. 하지만 3회 1사 후 노진혁에게 4구를 내준 것이 문제였다. 이후 연속 안타가 나오며 나성범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줬다.

스크럭스와 최준석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경기는 단박에 0-3이 되었다. 기아 타자들이 베렛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반 0-3은 큰 차이로 다가왔다. 4회에도 양현종은 선두타자 김찬형에게 안타를 내준 뒤 희생 번트에 이어 노진혁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0-4까지 벌어졌다.

그나마 기아가 4회 공격에서 선두 타자 김주찬와 최형우가 연속 안타를 치고, 첫 4번 타자로 나선 안치홍이 희생 플라이로 1-4가 되었다. 후속 타선이 터져 점수 차를 좁혔다면 좋았겠지만, 베렛의 공을 좀처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최형우는 3번 타자로 타선 조정을 하니 좋은 안타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동안 그 위치가 좋을 듯하다.

양현종은 6이닝 동안 123개의 공을 던졌다. 과하게 많은 공을 던졌다. 강력한 속구로 상대를 압박하고 다양한 브레이킹 볼로 타선을 잡아내던 양현종의 모습이 이번엔 없었다. 지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구속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상대를 압도할 수 없고, 그렇게 볼이 많아지고 위기도 잦아진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양현종 Ⓒ연합뉴스

두 경기 연속 6이닝을 소화하며 5실점과 4실점을 한 양현종은 지쳐있는 듯하다. 다음 경기에서는 다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하지만, 최근 투구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에 비해 베렛은 부상 복귀 후 세 경기를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승패를 떠나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중요하다. 부상 전 기아와 경기에서 7실점을 했던 투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번 베렛은 기아 타자들을 완전히 압도했다. 꽉 막혔던 타선은 베렛이 내려가자마자 터지기 시작했다.

버나디나가 안타로 포문을 열자 김주찬은 원종현을 상대로 추격하는 투런 홈런을 쳤다. 이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좀처럼 베렛에 막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김주찬의 투런 홈런은 단번에 점수 차를 3-4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아의 타선은 원종현에서 장현식으로 교체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4구로 나간 최형우를 홈으로 편하게 불러들인 이범호의 역전 투런 홈런은 짜릿했다. 좀처럼 터지지 않던 기아 타선이었지만 8회 선발이 내려가자마자 폭발하며 역전까지 시켰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1사 만루 상황에서 기아는 최원준에게 스퀴즈 번트까지 지시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연합뉴스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개구리 점프하듯 빠지는 공을 맞춰 추가점을 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9회 1실점을 하며 1점 차로 경기를 이겼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원준의 스퀴즈 번트 성공이 결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내려앉은 상황에서 역전승을 했다는 것은 중요하다. 기아가 선발에 막히고 불펜 투수들을 상대로 점수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팀 타선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불펜보다 선발이 강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들이 선발로 나온다는 점에서 기아 타선이 각 팀의 선발 공략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마무리로 나선 윤석민은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구질이 아닌 상황에서 안정적인 마무리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선두타자인 박민우에게 1루 강습 안타를 내줬다.

노진혁을 2루 땅볼로 유도해 병살을 잡아내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손시헌에게 안타를 내줬다. 나성범의 강한 타구를 글러브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공을 찾지 못해 안타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좋은 의미에서 불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투수를 향해 강한 타구가 날아가는 것은 그만큼 타자가 상대 투수 공략을 잘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KIA 타이거즈 김주찬 Ⓒ연합뉴스

스크럭스의 적시타가 나오며 6-5까지 추격을 당한 상황, 권희동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겨우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좌익수가 최형우가 아닌 김주찬이라는 점도 다행이었다. 좌측으로 흐르는 타구였다는 점에서 수비에 문제가 있는 최형우였다면 안타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 역시 아쉬움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연패를 끊었다는 것이다. 비록 양현종이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에이스가 등판한 날 승리를 했다는 것은 팀 전체의 사기를 올리는 데 중요하다. 타선에서도 좀처럼 시원한 경기를 하지 못하던 기아 타자들이 홈런 두 방으로 역전을 시켰다는 것도 이후 경기를 기대하게 한다.

모든 팀엔 굴곡이 있다. 다만 올 시즌 기아가 승보다 패를 당하는 주기가 길고 반복된다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기아는 이번 경기로 인해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마무리로 나선 윤석민은 여전히 불안하고, 선발 역시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타선이라도 터질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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