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독점 정당 자유한국당의 패배이지, 민주당의 승리 아냐

1995년 시작된 지방선거. 23년 만에 통영에서는 최초로 민주당이 시장후보를 냈다.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단지 '우리들'만 이길 수 있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통영시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 때 득표율 9%로 전국 시군구 중 꼴찌를 기록한 곳이다. 지난 총선 때는 야당 출마자가 없어 새누리당 후보 한 명만 입후보해 '무투표당선'을 허용한 곳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는 홍준표 후보에게 문재인 후보가 1만 표를 졌던 곳이다. 1년 만에 1만 표의 차이를 극복하고 아슬아슬한 930표 차이로 이겼다.

자랑하고 싶다. 하지만 뒷덜미를 잡는 그 무언가가 편하게 기분 좋게 자랑할 수 없게 한다. 평생을 보수야당을 찍었던 이들의 좌절을 함께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날, 통영은 그 어떤 축제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다. 경상북도 통영이라고 할 만큼 그 짙은 보수색은 우리들이 감히 축제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뱃길이 왕성했던 1980년 이전까지는 통영은 개방된 도시였다. 부산에서 거제, 통영, 남해, 여수를 오가는 여객선은 통영을 문화융합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하지만 뱃길이 끊기고 찻길만 있는 80년대 이후부터 찻길로 서울기점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육지가 통영이고, 통영은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한다.

1980년 이후 38년간 자유한국당 계열의 국회의원만 배출하고 있으니,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보수색채'는 대구경북의 어느 곳 이상이다. 이런 곳 통영에서 민주당 강석주 후보가 통영시장에 당선된 것은 기적이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강석주 통영시장 후보와 통영지역 도·시의원 후보들(사진출처 미디어스통영)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통영 시민들의 비명이 표심에

하지만 이런 기적의 이면은 아프고 고통스럽다. 민주당의 승리는 통영이 문화적 정치적 소외감을 벗어나고자 하는 강력한 정치적 요구의 다른 표현이다. 조선업 몰락, 수산업 위기, 관광업 정체로 인한 통영의 경제적 침체로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시민들의 비명이 표심에 녹아 있다.

이미 통영은 고용위기재난지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시내 한가운데는 흉물로 전락한 골리앗 크레인들이 덩그렇게 서 있다. 시내 외곽 안정공단의 노동자가 없는 수백만평의 을씨년스러운 풍경, 주변의 상점들과 주거지엔 바람에 이는 신문지 쪼가리 하나 날리지 않는 유령도시로 전락해버렸다. 노동자 상인들의 신음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수산업 1번지의 자부심은 간데없고, 주변 도시와의 관광객 유치 경쟁이 심화됨으로써 관광객의 발걸음은 늘어나지 않는다.

경제난으로 인한 신음과 비명소리가 유령처럼 통영 상공을 배회하고 있는데, 어찌 자랑하고 어찌 즐거워할 수 있으랴. 통영 선거 역사상 최초이자 최다인 5명의 시의원과 통영시장을 배출했다고 어찌 기뻐할 수 있으랴. 민주당은 지금부터 실력으로 신음과 비명소리를 잦아들게 해야 한다. 신음과 비명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지금의 난국을 풀어내는 실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길게는 38년, 짧게는 23년의 일당독점 정당 자유한국당의 패배이지 민주당의 승리라고 보지 않는다. 시민들은 현재의 고립 소외 신음 비명을 실력으로 헤쳐 나갈 실력이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실력으로 더불어 함께 행복한 새로운 통영을 건설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시민들의 대다수가 '너희들 실력 있다'고 인정해 줄 때 우리는 감히 통영에서 이겼다고 축배를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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