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보수정당들의 대북 논조가 변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한 메시지가 선거 이후 달라졌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냉전적 보수를 버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수습방안 발표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19일 자유한국당은 한미가 함께 진행해오던 을지프리엄가디언(UFG) 연습 일시 중단에 대한 논평을 내놨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한미 국방부가 8월 UFG 연습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며 "한미 군 당국의 공조 하에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결정으로 이해하며,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하지만 말 그대로 일시 중단일 뿐이며 북한이 핵폐기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며 "또한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의 부재로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만큼 국민들께서 불안해하시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이제 공은 북한에게 넘어갔다"며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은 핵폐기를 약속한 만큼 이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의 논평은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한미연합훈련 일시 중단을 이해하면서도, 보수적 관점에서 안보 공백을 경계하는 논평으로 판단된다.

당초 자유한국당 논조는 극단적 냉전보수의 모습을 보여왔다. 같은 주제에 대해 최근 지방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하자, 13일 홍준표 전 대표는 "어제 미북 회담은 20세기 초 가쓰라-태프트 협약, 1938년 9월 히틀러-체임벌린 뮌헨회담, 1973년 키신저-레둑토의 파리정전회담을 연상시키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김정은에 놀아난 실패한 회담"이라고 악담을 늘어놨다.

홍준표 전 대표는 "아무런 CVID에 대한 보장도 없이 한미군사훈련도 취소하고 미군 철수도 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오로지 김정은 요구만 들어주고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대실패 회담이었다"며 "청와대는 이를 뜨겁게 환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트럼프의 기본 인식은 남북이 합작으로 달려드니 한반도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신호일 수밖에 없다. 경제 파탄을 넘어 안보 파탄도 이제 눈앞에 와있다"며 "이를 막을 길은 투표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렇게 암담하고 절박하다. 모두 투표장으로 가자"고 독려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결과는 자유한국당의 참패였다. 자유한국당 참패의 원인에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 중 하나가 냉전보수의 틀을 깨지 못하는 데 있었다는 평가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등의 선거구호에서 나타난 극단적 냉전보수의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일으켰단 얘기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전 대표가 사퇴하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냉전보수'를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18일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수습방안을 내놓으면서 "수구보수, 냉전적 보수를 버리고 국민 인식과 정서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보수의 뉴트렌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김성원 원내대변인 논평도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바른미래당의 논조 역시 마찬가지의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왜곡된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안철수 전 의원도 "어제 회담을 보면서 아주 걱정스러운 마음이 커졌다"며 "북한이 1990년대부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얘기해왔던 것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한미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 역대 최다 낙선자 배출이란 오명을 쓴 바른미래당의 대북논조도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이날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한미 양국이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중단 결정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로 가는 북미 화합의 시작점이길 바란다"며 "북한도 우리나라와 미국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북미회담과 완전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다만 50여 년 간 이어온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의 중단이라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결정 사안이 국민과 국회에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매우 급하게 이루어진 데에 대하여 남남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다시 한 번 선의에 의한 이번 중단 결정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착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바른미래당은 비핵화는 물론, 국가안보를 위한 자주 국방력 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안착에 여야를 떠나 협력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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