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경찰이 황창규 KT 회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KT는 '상품권 깡'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 4억여 원을 살포한 의혹을 받고 있다.

18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소위 '상품권 깡'을 통해 조성한 현금 4억4190만 원을 19, 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혐의로 황창규 회장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황 회장과 대관부서인 CR부문 전·현직 임원 등 7명을 입건했으며, 이 가운데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창규 KT 회장.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KT CR부문은 '벤치마킹' 등을 명분으로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후 업자에게 바로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11억5000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KT는 2014년, 2015년, 2017년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국회의원들을 후원했으며,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2016년에는 사장을 포함한 고위 임원 등 총 27명을 동원해 불법정치자금을 살포했다. KT는 임원별 입금대상 국회의원과 금액을 정리한 계획을 수립·시행했다.

KT는 후원금을 입금한 후 국회의원 보좌진 등에게 KT가 후원금을 입금한 사실을 알렸다. 임직원 명의로 후원금이 입금되면, 이를 받은 국회의원 후원회에서는 입금된 후원금이 KT의 후원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일부 의원실에서는 단체의 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하기도 했지만, "고맙다"고 하거나 후원금 대신 자신들이 지정하는 단체에 기부를 요구하기도 했던 의원실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KT가 불법 정치후원을 하게 된 동기를 국회 '로비'를 위한 것으로 봤다. 경찰은 KT의 불법 정치자금 살포 동기에 대해 '합산규제법 저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은행법 등 KT와 관련된 법률에 대해 KT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 등 현안 업무와 관련해 국회와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후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KT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후원을 한 내역. (자료=경찰청 제공)

KT는 상품권 깡으로 조성한 11억5000여만 원 중 후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7억여 원을 경조사비나 접대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영수증 등 증빙·정산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고, 회계 감사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KT CR부문 임원은 이 같은 KT의 비자금 조성, 불법 정치후원금 기부 등은 황창규 회장에게 모두 보고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황 회장 측은 국회에 대한 후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러한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나 기억이 없고, CR부문의 일탈행위로 판단한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KT측의 법인자금을 후원회 계좌로 입금 받은 국회의원실의 관계자 일부를 소환조사하는 등의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일부 의원실에서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시설·단체 등에 기부·협찬 요구, 보좌진·지인 등의 KT 취업 요구 등의 추가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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