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56.4%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재명 씨와 김부선 씨 스캔들은 지방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언급된 것을 계기로 김 씨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불륜 관계 및 입막음 사건을 폭로하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에 대해 ‘마타도어’ 및 ‘네거티브 정치공작’으로 일축했다.

배우 김부선 씨가 KBS 뉴스9에 출연해 스캔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KBS)

김부선 씨의 폭로는 이재명 측 주장대로 전형적인 마타도어처럼 보인다. 뚜렷한 불륜의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김부선 씨의 딸 이미소 씨가 “입증 책임은 가해자 쪽에 있다”고 말한 데다 하필 선거 기간에 야당 의원들과 엮여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불륜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생활에 불과하다거나 사생활이 문제더라도 능력이 중요하다는 여론도 많았다.

하지만 진실은 김부선 씨 쪽으로 가파르게 기울어 있다. 우선 김부선 씨와 그의 딸 이미소 씨는 배우 생활을 걸고 차기 대선주자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만약 김부선 씨의 폭로가 거짓으로 판명되면 방송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처벌뿐 아니라 그의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직접 방송에 나서 증언한 김부선 씨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고소왕’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한 이재명 씨는 과거 스캔들 의혹을 제기한 일반 시민들에 대해서는 고소를 했어도 정작 의혹의 근원인 김부선 씨에 대해서는 전혀 고소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측이 차기 대선 행보에 큰 걸림돌인 데다 뚜렷한 증거가 없는 김부선 씨를 고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호사 출신인 그가 재판이 진행되면 김부선 씨는 물론 증인들이 방송에서 말하지 못한 상세한 정황들을 일관성 있게 밝힐 경우 유죄 판결이 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증언에 자신이 있기에 김부선 씨는 ‘고소를 원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재명 측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 모욕죄 및 협박죄로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마타도어’ 운운할 뿐 결코 정면돌파를 하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부인 김혜경씨(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번 스캔들은 단순한 치정이나 진실공방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김부선 씨 폭로가 사실이라면, 진보 진영 차원에서 힘없는 개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입막음하면서 허언증 환자로 인격 모욕을 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 및 진보 카르텔에 의한 갑질과 국민에 대한 기만 여부가 사건의 본질인 것이다. 김부선 씨와 이재명 씨가 서로 합의로 만났더라도 세월이 흐르는 사이 이재명 씨는 차기 대선주자로 성장했다. 김부선 씨는 과거에도 이재명 씨가 주변 친구들이 검사인 점을 들어 권력을 이용해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부선 씨는 ‘적폐 청산’이라는 대의로 회유를 받고 침묵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정작 정치 공작을 벌인 쪽은 이재명 측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국민에게 제대로 규명해야 할 ‘필요한 네거티브’다.

그런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의 불륜 의혹에 대해 “쓸데없는 것 갖고 말이 많은데 도지사는 일하는 능력을 보면 된다”라며 ‘능력 대 사생활’ 구도로 무마했다. 그런데 능력과 사생활을 가르는 것은 누구의 기준인가? 김부선 씨에겐 이번 스캔들에 자신의 직업과 삶 모두가 걸려 있다. 사정은 이재명 및 더불어민주당 측도 매한가지다. 가부장제 사회가 공고할수록 사생활과 능력은 밀접하기 때문이다.

공직자 사생활을 지켜야 한다며 프랑스 전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의 스캔들을 언급하는 이들은 프랑스 사회에서 이혼이나 미혼모가 그리 큰 흠결이 아니라는 점은 빼놓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검찰총장이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옷을 벗긴 사회다. 고위 공직자일수록 양처와 번듯한 자식을 둔, 이상적인 가부장적 모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 된다. 불륜이 사실이라면 이재명 측과 진보 진영들은 이 현실을 바꾸거나, 과거를 인정하고 대권 주자를 사실상 노리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 두 선택 모두 원하지 않아서 진실 규명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쓸데없는 일이라면 정면돌파 후 털어버리면 되지 않는가.

이재명 측과 그 지지자들의 스캔들 대처가 더 문제인 것은 여성 혐오를 이용한 점이다. 김부선 씨의 이력 중 미혼모와 에로배우 이미지, 불륜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고스란히 자극해 폭로의 진정성을 흩뜨렸다. 김부선 씨를 지지한 소설가 공지영 씨에 대해 ‘세 번 이혼한 경력’을 공격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작 진실 규명 요구에 대한 맥락을 잘라내고 막장 드라마, 가십거리로 만든 것은 어느 쪽인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질문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다(MBC)

현재 이재명 당선인은 당선 직후 한 언론 인터뷰로 ‘태도 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주장과 달리 단순 태도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를 거둔, 일생의 가장 고양된 순간에 질문을 회피한 것은 앞으로도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회피는 논문 표절이나 혜경궁 김씨 등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자주 취했던 태도다. 그리고 이는 행정 업무와 사안을 대하는 ‘공적 태도’와 결부된다.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지사 당선을 축하한다. 앞으로 능력 있는 정치인으로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하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재명 후보를 경기도지사로 뽑은 많은 시민도 같은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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