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JTBC <뉴스룸>은 흥미로운 소식을 하나 전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옥스퍼드대학교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것으로 세계 37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에서는 JTBC가 톱 브랜드로 뽑혔다는 것이다. 그야 익히 들은 이야기지만 진짜 내용은 그 다음에 있었다. JTBC가 한국에서는 1등이지만 신뢰도 자체는 37개국 중에서 꼴찌를 했다는 것이다. 상위권 국가들이 60%가 넘는 신뢰도를 보인 반면 한국 뉴스 신뢰도는 25%에 그쳤다.

최순실 태블릿PC 폭로 등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갈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던 언론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때의 언론과 현재의 언론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들이 정상화됐다고 하는 데도 시민들의 뉴스 신뢰도가 이토록 낮은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뉴스가 보도가 아닌 정치를 하려고 한 때문이다.

뉴스 이용자들이 꼽은 '톱 브랜드' 한국 1위는 JTBC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언론 혹은 기자의 정치는 권언유착을 의미한다. 장충기 문자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자신의 이익에 의해서 보도하거나 혹은 침묵하거나를 결정하는 것이 언론의 정치 행위이다. 언론의 정상화는 매체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몫이라는 것을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가 대신 말해주었다.

지방선거가 치러졌던 13일 밤부터 다음날까지 최고의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이재명 인터뷰’라는 검색어가 포털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거의 모든 언론 특히 방송사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태도에 대해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논란의 원인은 방송사들이 ‘약속된 질문’을 하지 않고 ‘엉뚱한’ 것만 물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괴롭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논란들에 대해서 이재명 당선인으로서는 적어도 그날만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정치인이, 그것도 공직자가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는 방송 생중계에 그런 식으로 임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그러면서 올 초 JTBC에서 있었던 신년토론에서 했던 유시민 작가의 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 작가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감정조절 능력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바 있었다. 이재명 인터뷰 논란을 본 사람들은 이번이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반응이다.

이재명, 생방송 중 인터뷰 중단 논란…SNS 통해 사과 (MBC 뉴스데스크 보도영상 갈무리)

그러나 이재명 인터뷰 논란에 빠진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논란 이후 여러 매체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하면서 알려진 것이다. 이재명 당선인이 방송사들에게 질문지를 요구했고, 방송사들은 거기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질문은 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 당선자가 카메라 앞에서 무례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그 약속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의 말 그대로 표현하자면 “예의가 없어” “엉뚱한 질문을 계속 해서 안 돼”라고 했다.

실제로 논란 이후 당시 방송을 진행했던 박성제 기자는 SNS를 통해 질문에 대해서 사전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 내용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오마이TV 영상에도 나온다. MBC 기자는 간절하고, 다급하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인터뷰를 하자고 통사정하는 모습이었다. 약속대로 박성제 기자는 질문을 하지 않았고, 대신 김수진 기자가 논란에 대해서 말을 꺼내자 이재명 당선인이 마치 피하고 싶은 전화를 끊을 때의 흔한 수법인 “잘 안 들립니다”의 방식으로 방송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끝낸 것이다.

다급한 mbc 기자의 목소리... 이재명 인터뷰 당시 현장 (오마이TV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약속을 한 것이 문제다. 지금 MBC 사장은 최승호 피디다. 그에게는 유명한 어록이 있다. “기자가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합니다”라는 것이다. 그 질문은 당연히 미리 약속된 것이 아니다. 권력자 혹은 공직자가 언론과 미리 정해진 질문과 답변을 하는 것은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다. 자유롭게 질문하지 못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타 방송사에서 다 인터뷰를 내보냈다고 해서 하지 말아야 할 약속으로 인터뷰를 허락받는 것은 언론의 자존심도, 시청자에 대한 성실 의무도 저버린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아직도 2017년 1월의 청와대 대통령 간담회 사진을 기억하고 또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탄핵 당한 대통령이 부른다고 기자의 무기라는 노트북과 휴대폰도 다 놓고 가서는 두 손 조아리고 듣는, 잘 길들여진 언론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언론은 바뀐 정부에서 새 대통령에게는 오만한 자세를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도 아닌 도지사 당선인에게 설설 기는 모습은 낯설고 민망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논란은 언론의 인터뷰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의심을 남겼다. 기자의 질문은 대답이 없어도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방송에서 내보내는 화면에는 그렇게 대답 없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약속된 질문 따위는 필요치 않은 것이다. 이재명 인터뷰 논란의 진짜 문제는 거기에 있으며,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왜 꼴찌인지에 대한 해답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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