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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합의문 4항에 숨겨진 디테일

기사승인 2018.06.13  11: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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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세기의 만남, 북미정상회담이 마침내 열렸다. 누군가는 전날 밤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북미정상의 만남을 확인코자 애간장을 태웠다는 말들이 전해진다. 왜 그러지 않았겠는가. 이미 한 번의 취소 소동을 겪었던 터라 한반도 평화라는 절실한 꿈을 깰 수 없는 우리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감당해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두 정상은 만났고, 네 가지 조항의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기대했던 종전선언은 없었어도 둘의 만남 자체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가 없다는 결과에 몰두했다. 직간접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이 됐다.

JTBC 뉴스 특보 (보도화면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 간의 공동 합의문에 대해서 ‘포괄적’이라고 하면서도 나중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곧바로 실질적인 추가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 대해서 대단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기자회견 중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는 훨씬 많이 왔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그러나 얼핏 성과는 커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비핵화에 대해서는  3항에 ‘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작업할 것을 약속 ’하는 정도였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언론이 성공의 전제조건처럼 거론해온  CVID에서 VI가 빠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왜 그랬을까?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해석을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다. 12일 MBC 대담에 출연한 정 전 장관은 CVID는 미국의 네오콘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만든 개념으로 북한만이 아니라 주권국가라면 받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미국 매파가 CVID에 집착하는 것은 핵폐기보다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했다. 즉, CVID는 협상용이 아니라 협상을 하지 말자는 의미일 수 있다. 이번 합의문에 CVID가 들어가지 않아서 오히려 북한이 핵폐기 협상을 수용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비핵화가 20%만 진행돼도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트럼프의 친절한 설명도 있었다. 

JTBC 특집 토론 (방송화면 갈무리)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 더 있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제 4항이다. 거기에는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회담 이전에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조건 없이 송환한 바 있다. 이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도 다시 언급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북미 관계를 실질적으로 풀어나갈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미국인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미국과 베트남의 수교과정을 들여다보면 제 4항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나온다.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수교는 어림없었다. 미국의 금수 조치는 이후  94년까지 지속되었고, 이런 얼어붙은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해빙기를 맞을 수 있었던 계기는 1993년부터 시작된,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발굴·송환부터였다.

이것을 계기로  94년부터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어지고, 서방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개시되었고, 이듬해 미국과 베트남 상호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는 등 양국 간의 관계는 거침없는 진전을 보였다. 그리고 1995년 국교정상화를 이루게 됐다. 다시 말해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4항은 1항인 ‘북미의 새로운 관계 수립’의 이행조건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비핵화 과정이 딱딱하고 지루한 절차라면, 미군 유해 송환은 드라마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전 실종 미군병사 안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군인들에게는 “동료를 적진에 두고 오지 않는다”는 철칙이 존재한다. 이 부분에 미국은 좀 더 민감한 편이다. 유명한 ‘라이온 일병 구하기’는 그런 미국의 마음을 담아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국가의 당연하지만 숭고한 의무이다. 지난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 유해발굴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적대적이었던 북한과 미국 두 나라가 관계개선을 도모하기에 이만한 이벤트는 없을 것이다.

미군 유해송환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로는 미군 전사자 유해발굴은 1990년에 시작되어 2007년까지 443구의 유해가 송환되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 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은  4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지역의 개발 정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유해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송환된 미군 유해가 미국 본토에 도착하고, 감동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것이 이번 합의문 4항의 의미일 것이다 . 

물론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4항의 의미가 베트남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고 100%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개연성은 분명 존재한다. 또 어쩌면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화를 바라는 우리로서는 거짓말처럼 이루어진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이벤트를 좀 더 긍정과 낙관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언론들이 이 세기의 이벤트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것이겠지만 지나치게 냉담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네오콘이 만든 CVID라는 프레임에 갇혀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한, 난독의 결과물을 생산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굳이 폄하하지 말라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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