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연일 고공행진을 달리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통해 지방선거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수 정계개편의 향방을 내다볼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언한 'PK(부산·울산·경남) 광역자치단체장 수성' 여부도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보수 재편 주도권·바른미래당 운명 결정 지을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공표결과 금지 기간 직전까지의 여론조사 추이로 봤을 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박원순 시장이 무난히 3선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서로 '상대를 찍으면 박원순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선거에 김문수 후보는 '안찍박', 안철수 후보는 '김찍박'을 하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두 후보 모두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다"고 꼬집었다.

관심은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가 2등을 차지하느냐로 좁혀진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보수 재편의 주도권이 결정된다는 시각에서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과 유승민 대표가 이끄는 바른정당이 합당해 창당한 정당이다. 안 후보는 '중도개혁' 성향의 정당이라고 뚜렷한 이념성향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중도보수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합당에 앞서 국민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설 것이란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작 바른미래당이 처해진 현실은 참담하다. 바른미래당은 창당 직후부터 5% 지지율 내외에 그쳤고,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사표심리에 따라 후보들의 지지율이 한 자리수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선거 이후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을 불가피해보인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가 출마한 서울시장 선거는 바른미래당의 운명을 결정지을 선거로 손꼽힌다.

안철수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꺾고 2위를 차지하면 바른미래당은 보수 재편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안 후보가 김 후보에 뒤져 3위에 그친다면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안 후보도 보수 재편의 중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안철수 후보가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의 핵심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안 후보가 중도좌파에서 중도우파로, 그리고 보수의 핵심부에 등장하는 것이다. 안 후보가 선거에서 2위로 안착하는지에 따라 보수의 중심이 될지 안 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 소장은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3위에 그칠 경우 상황이 좋지 않다"며 "민주평화당이 호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선전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러면 민주평화당 재통합파 한국당 복당파 등으로 갈라질 수 있다.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최악의 경우 와해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준표, "6개 지역 사수 못하면 책임진다"…핵심은 'PK'

부산, 울산, 경남 등 3개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는 PK지역의 결과는 이번 선거의 핵심 중 하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6개 광역자치단체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지난 4월 "야당으로서는 새 정부 집권 1년차 선거에서 현상 유지만 해도 승리하는 것"이라며 "현행 6개 지역을 사수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약속한 바 있다.

▲9일 부산 유세에서 홍준표 대표와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시민들에게 큰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입장에서는 홍준표 대표의 6개 지역 수성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핵심이 바로 PK지역이다. PK지역은 홍 대표가 사수하겠다는 광역단체장 6곳 중 절반을 차지한다. 홍 대표는 지난 9일 PK지역의 핵심 중 하나인 부산을 찾아 시민들에게 세 차례나 큰절을 했다. 홍 대표는 "부산까지 무너지면 한국당은 설 자리가 없다. 부산까지 무너지면 한국당 문을 닫아야 한다"며 "부산시민들은 저희 당이 어려울 때마다 정말 도와주셨다. 그 힘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당을 한 번만 밀어주십시오"라고 읍소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전까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PK지역에서도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홍준표 대표는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남MBC-리얼미터의 최근 조사에서 800샘플 조사를 했는데 로데이터를 보니 문재인 지지자가 400명이 응답하고 홍준표 지지자는 그 절반인 200명이 응답했다"며 "최소한 20% 이상 편향된 여론조사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의 주장에 대해 리얼미터 측은 "현재 '샤이 홍준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음에도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거나 모르겠다고 거짓 응답을 하는 것이 샤이 홍준표 현상이 나타나는 한 방식이고, 또 다른 방식은 아예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따라서 PK지역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제기된다. 최요한 평론가는 "홍준표 대표가 여론조사 추이를 얘기하지 않고 1년 전 얘기를 하고 있다. 1년 전에 홍 대표를 찍었던 사람도 역동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1년 전에 자기를 찍었다고 지금도 한국당을 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평론가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중간 평가가 아닌 야당에 대한 중간 평가"라며 "높은 사전투표율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한반도가 평화무드로 간 분위기 속에서 계속 딴지를 거는 게 제1야당이다. 시민들이 화가 나 투표장으로 향한 것"이라고 봤다.

반면 엄경영 소장은 PK지역 선거는 안개속이라고 봤다. 엄 소장은 "탄핵 이후 치러진 지난해 대선 이후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긴 했지만, 통상적으로 지난 대선이나 총선을 보면 한국 선거지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얻은 표도 40% 초반이었다"며 "홍준표 대표의 말이 거칠긴 하지만 일리가 있다. 보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를 회피하거나 응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PK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한국당이 앞서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엄경영 소장은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사전투표가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전체 투표율을 따져봐야 한다"며 "지역별로도 따져봐야 한다.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전남은 민주당과 평화당의 경쟁, 경북의 경우에는 보수 결집으로 볼 요인이 있다. 부산의 경우 사전투표율이 낮았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