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지만, 조선일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남북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협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판단근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차례 설명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확실히 했다"면서 "실제로 비핵화 뜻이 같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실행해갈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은 양국 간 협의가 필요하고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정말 CVID 수용의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제가 거듭 말했기 때문에 저의 거듭된 답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북미 간 회담을 하려면 그 점에 대한 상대 의지를 확인한 후에 회담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며 "의지를 확인하고 실무협상을 한다는 것은 미국서도 그런 북한의 의지를 확인한 것 아니겠느냐. 혹시 확인 과정에서 미흡한 것이 있었다면 실무협상에서 분명히 확인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CVID 관련 부분은 북한과 미국의 협상과정에서 논의될 부분이란 점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는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인터넷판에 <북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했다지만…CVID 답변 안한 文 대통령> 기사를 게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이 구체적 답변을 피하자 외교가 안팎에서는 '또 다시 미북 간의 비핵화 관련 입장차만 확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26일자 조선일보 사설.

전날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반드시 되살려야 할 美·北 회담, 한·미 공조 이 상태론 안 돼> 사설과 완전히 일치하는 논조다. 이 사설 중반부에서 조선일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북의 핵포기 진실성 여부"라며 "그 토대가 단단히 다져지지도 않았는데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남북교류부터 서두른 것이 일을 그르친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한 비핵화도 제대로 관철하려면 한국 정부가 북한 편에 서서 미국을 설득하는 존재인 것처럼 돼 있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아무런 보상도 해주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북한과 미국은 현재 '협상'을 하고 있다. 협상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오고가는 거래의 형식을 띠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자신들의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진행될 남북과 미국의 협상, 이어질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이해관계 조율 등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과정들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북한의 비핵화만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조선일보가 좀 더 열린 사고로 남북미 사이에 오가는 협상의 내용을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협상에서 나올 북한 비핵화의 반대급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란 얘기다.

▲25일자 조선일보 2면.

앞서 조선일보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4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25일 조선일보는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다루면서 2면에 <文대통령·트럼프 회담때 이미 '이상 기류' 있었다>, <쇼크받은 청와대 한밤에 긴급회의>, <北, 기자들 불러 폭파쇼까지 했지만…美北정상회담 취소로 의미 퇴색> 기사를 게재했다. 같은 날 <트럼프 미·북회담 전격 취소, 비상한 안보 상황이다> 사설에서는 "흐트러진 안보태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며 안보팔이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25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에 대해 유화적 담화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북미 정상회담 추진 재개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러한 소식에 조선일보는 26일자 1면 헤드라인에 <트럼프 "6·12 美北회담 열릴 수 있다"> 기사를 배치하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외교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곳곳에 배치했다. 3면에 실린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 발송에 대해 "백악관은 오전 9시 43분 북한에만 공개서한을 먼저 발송했다. 미 의회 지도자들이나 한국 등 주요 동맹엔 보안을 이유로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트럼프가 불러준 대로 취소 서한 작성…한국도 모르게 발표>였다. 기사 내용을 읽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외교적 무시를 당했다고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조선일보는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시 비용 부담에 대한 기사를 실어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對北 군사행동 땐 한·일이 비용 분담"> 기사에서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경우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F-35 등이 활용될 수 있다"며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B-52 등 전략핵폭격기를 한반도 부근으로 출격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취소하기 수시간 전 괌에 배치된 B-52 2대가 일본 오키나와 근해까지 출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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