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만났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가량 진행된 남북 2차 정상회담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전 예고 없이 전개된 남북정상의 전격 만남은 놀랍고 또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는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2차 남북정상회담 하루 뒤인 27일 아침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설명에 나섰다. 이는 2차 정상회담의 보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2차 남북정상회담의 내용에는 새로운 것이 없었다. 불과 며칠 전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되었다가 하루 만에 재개되는 상황을 겪은 이후라 어떤 것도 특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반도를 향한 세계의 시선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내용보다 형식에, 형식 파괴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나라도 정상 간의 만남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하물며 매우 민감한 남북의 정상이 형식도, 의전도 없이 하루 전날 협의를 통해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형식 파괴는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한 파격의 결과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의 역사적인 판문점회담 못지않게,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남북 고위급회담조차도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적잖은 논의와 줄다리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정상은 마치 ‘번개 만남’ 하듯 만났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공동의 의제를 풀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4.27 판문점선언의 실천이라는 점의 의미도 갖는다. 이렇게 된 이상 남북 간의 대화는 더 많은 형식 파괴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실용적 협력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남북이라 더욱 큰 의미를 가지며, 동시에 남북이라 가능한 만남이었다. 통역이 필요 없는 남북, 같은 민족이라 가능한 형식 파괴이기도 하다. 또한 북미 간의 신경전의 여파로 차질을 빚었던 고위급 회담 등의 재개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렇게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것은 불필요한 수습절차를 생략해도 좋다는 효과도 뒤따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것이 전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현재 북미정상회담을 대하는 남북의 자세는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취소 소동을 한 차례 겪은 터라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전격적인 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는 문 대통령의 담화 말미에 표현된 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힘들어지듯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제게 부여한 모든 권한과 의무를 다해 그 길을 갈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핵전문가 애덤 마운트가 한 말을 인용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 국민들을 전쟁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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