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충청북도 옥천군에 위치한 옥천신문 편집국(미디어스)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역에 대한 선입견은 견고하다. 토속적 특산물·사투리·정겨움 등은 지역을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지역에 가보진 않아도 “지역은 이래야지”라는 선입견을 지역에 주입 시킨다. 부정적인 편견도 많다. 부패·관언유착·가난 등이다. 지방에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지역사회가 부패했고, 관언유착이 심하고, 가난하다고 예단한다. 그렇게 지역은 주변화되어 갔다.

이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언론이 있다. “지역에 대한 편견은 풀뿌리 언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기초자치단체의 소식을 전해왔다. 무려 29년 동안 말이다. 그 사이 전체 가구의 20%가 정기구독을 하는 언론사로 성장했다. 무가지를 만들지 않고 온라인 기사 전면 유료 정책을 펼친 가운데 이룬 성과다. 한국의 대표적인 풀뿌리 언론, 옥천신문 이야기다.

대부분 지역 언론은 광역자치단체를 범위로 한다. 매일신문·부산일보·강원일보·경인일보·광주일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광역시와 도를 아우르는 취재 범위를 기반으로 살아간다. 기사의 중심도 거점도시에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 언론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옥천신문은 다르다. 주간지 형태로 발행되는 옥천신문은 충청북도가 아닌 옥천군만의 이야기를 다룬다. 옥천군과 군의회의 정책을 소개하고 평가한다. 옥천군 주민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기록한다. 광고도 옥천군의 자체 광고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기초자치단체 언론인 것이다.

미디어스는 12일 옥천신문 황민호 편집국장을 만나 옥천신문과 지역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옥천신문은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옥천 그 이후를 고민하고 있었다. 황민호 국장이 밝힌 옥천신문의 목표와 이념, 고민은 모든 지역 언론이 공유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황민호 옥천신문 편집국장(미디어스)

Q. 옥천신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충청북도 옥천군을 기반으로 한 언론사다. 옥천신문은 89년 주민이 직접 회사의 주인이 되는 ‘군민주’로 창간한 언론사다. ‘군민주’는 한국 지역신문 중에선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회사의 지분을 일정 부분 이상 소유할 수 없는 형태로 설립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편집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있다.

Q. 판매 부수가 상당하다 (옥천신문의 발행 부수는 3천 700부에 달한다)

A. 맞다. 가구 수로 따지면 18% 정도가 구독한다. 5가구 중 1가구가 구독하는 셈이다. 기초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사 중 이 정도의 판매 부수가 있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Q. 온라인은 전면 유료화 정책을 실시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기자들의 가치를 인정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온라인 유료화 정책을 폈다. 우리의 모든 기사는 기자들의 땀으로 만든 것이다. 요즘 포털 등을 통해 기사를 공짜로 보는 게 당연한 흐름이 있지만, 우리 기자들의 기사는 그렇게 저평가될 만한 것이 아니다. 기자들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유료화는 당연한 것이다.

Q. 무료로 배포하는 신문은 없고, 온라인은 유료다. 그런데도 옥천신문이 옥천군에서 자리를 잡은 원동력이 뭔가

A. 주민의 이야기를 다루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숨 쉬는 것처럼 옥천신문은 주민들의 삶에 당연하게 존재한다. 옥천군의 행정에서 의회, 직접적인 주민의 삶까지. 옥천군의 모든 것을 취재한다. 옥천의 이야기를 담는 언론이기에 유료 독자가 생기는 것이다.

옥천 주민들은 “모르는 거 있으면 옥천신문에 전화해서 물어봐”라고 말한다. 정말 전화가 와서 다양한 걸 물어보는 주민들이 많다. 정보가 모이는 우물이랄까? 답답하면 와서 목을 축이고, 곁에 와서 쉬고. 옥천신문은 그런 존재다.

Q. 사람들이 신문이나 기사를 돈 주고 보려 하진 않는다

A. 신문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본다. 커피나 차도 5천 원 정도 하는데, 옥천신문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자들이 공들여 만든 것인데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물론 어려운 사람들에겐 신문 가격 만 원이 큰돈이다. 그래서 생계가 어려운 가구에 대해선 정부가 언론 매체 하나 정도를 지원해줘야 한다. 생활이 어려워지면 문화생활부터 단절하게 된다. 이럴 때 구독료를 지원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옥천신문은 2010년 제9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미디어스)

Q. 1989년 돌아가서, 왜 옥천군이었을까

A. 89년 당시 옥천군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많은 풀뿌리 언론이 생겨났다. 그런데 옥천이 왜 살아남았냐고? 저널리즘의 원칙과 기본을 지켰을 뿐이다. 창간 주역의 노력이 있었고, 구성원들이 기본을 지키고 한눈팔지 않지 않는 노력이 있어서 옥천신문을 지킬 수 있었다.

특히 신문사 직원 중 옥천 출신은 거의 없다. 전국 8도의 다양한 구성원이 있다. 타지 사람들이 모였지만 옥천신문 기자가 된 후 옥천사람이 된 것이다. 그런 구성원의 헌신이 있었고, 이들이 옥천신문의 뜻에 동의했기에 29년 동안 성장해왔다.

Q. 타향 기자들이 옥천에 자리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A. 맞다. 우리가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옥천신문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다. 집이나 차도 있어야 한다. 거주지를 바꾸는 것은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기자 생활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에 타향살이가 가능했다.

우선 옥천신문은 기사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온다. 기사로 옥천이 변한다는 성취감도 있다. 주민들과 직접 만나면서 욕도 듣고 칭찬도 듣는다. 그런 과정에서 언론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기자로서의 존재감이 있는 것이다. 기자로서의 로망을 이룰 수 있는 언론이다. 옥천신문이 실수도 많이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 기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이다.

또 조직운영이 민주적인 언론사다. 특정 개인에 의해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주나 특정 기업에 휘둘리는 언론이 얼마나 많은가. 옥천신문에는 그런 게 없다. 옥천군민과 기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언론사다.

Q, 주민들의 평가는 어떤가

A. 호불호 갈린다. 좋아하는 주민이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주로 비판 기사의 대상인 관료사회나 공무원들이다. 옥천군수 중 한 분은 옥천신문이 발행되는 금요일만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하더라. 그런 평가는 우리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간혹 시골에서 너무 비판적인 논조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비판적인 논조를 포기할 수 없다. 옥천신문의 신조는 지역의 공공성을 지키고 살맛 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공동체가 썩지 않으려면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 잘못됐을 때 비판하고, 끊임없이 권력을 견제해야 공공성이 지켜진다. 공공성이 없는 공동체는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옥천신문의 뜻을 알아주는 주민들은 고맙다는 말을 전해준다. 오히려 우리가 고맙다.

Q. 옥천신문의 운영구조는 어떻게 되나

A. 지면 판매 수익과 기타 수익이 5:5 비율 정도다.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프린트 미디어에서 지면 판매 수익이 전체 수입의 50%인 곳은 흔하지 않다. 광고를 늘리거나 다른 곳으로 한눈팔지 않는다. 남는 것이 별로 없어도 건강한 구조를 유지하고 싶다.

Q. 인구는 줄고, 신문판매도 줄어가는 추세다

A. 지역과 언론이 동떨어질 수 없다. 인구가 감소하는데 신문 판매가 늘 순 없다. 그런 고민이 항상 있다. 그래서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현재 주 구독자층이 지역의 4050 세대인데, 20·30세대나 옥천 출신의 출향인에까지 구독을 확장하고 싶다. 1만 부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 주에 28면 수준의 지면도 늘리고 기자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다.

Q.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역 언론을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A. 커뮤니티 저널리즘 센터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기초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한 풀뿌리 언론 센터를 만들어 지역 언론 기자를 양성해야 한다. 지역 언론에 대해 교육을 하고, 창간 비결을 전수해야 한다. 각 기초자치단체에 낙하산처럼 언론사를 뿌리는 것이 필요하다. 옥천신문이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이미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비용도 부족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려면 풀뿌리 언론의 토대가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학자도 부족하고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없다. 언론 진흥의 측면에서 지역은 소외됐고 배제됐다.

지역 언론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언론을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표현하는데, 지역 언론은 지역을 바라보는 거울이다.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있어야 한다. 그걸 한국 사회가 간과한다. 언제까지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갈 것인가. 옥천신문 같은 곳이 지역 곳곳에서 등장해야 한다.

Q. 지역 언론에 뜻이 있는 언론인이라도 창간은 쉬운 일이 아니다

A. 물론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뜻이 있고 능력이 있다고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구독하지는 않는다. 옥천신문도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시절도 있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긴 노력이 필요했다.

지역 언론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가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과 뜻을 모아서 만들어야 한다. 주민 곁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고난의 시간은 언론사의 뿌리가 될 것이다. 나무는 뿌리를 내린 만큼 성장한다. 주민 곁에서 공고히 뿌리내리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Q. 중앙 일간지나 방송국의 경우 중심은 언제나 서울이었다

A. 맞다. 지금은 모든 지역이 서울의 식민지다. 지역 사람들이 서울에서 만든 뉴스, 서울 이야기를 강제로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 대신 지역만의 다양성을 담은 방송이 있어야 한다. 분산이 필요한 때이다.

KBS나 MBC가 시·군 단위에 기자를 배치하는 것은 어떨까. 지역 사람들도 시청료를 똑같이 내는데 뉴스는 서울 중심이다. 지역 사람들도 보고 싶은 뉴스를 볼 권리가 있다. 현재 방송국들은 그런 권리를 내버려 두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에 언론사의 손길이 닿아야 지역이 살 수 있다.

지역에 대한 편견도 없앨 수 있다. 현재 시골이나 지역을 대상화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이라고 하면 정감·인심·볼거리·먹을거리 등으로 생각한다. 지역 부패했다는 선입견도 있다. 그러면 중앙은 잘 하고 있는가? 서울·수도권에 비교하면 지역은 새 발의 피다. 이런 대상화와 편견, 선입견은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언론이 부재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없어져야 한다.

Q.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역 언론으로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를 것 같다

A. 안타깝지만 지역에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보증되지 않은 후보자가 많다. 이에 대한 검증은 우리의 몫이다. 검증은 옥천신문이 하니 좋은 후보자를 뽑아줬으면 좋겠다.

또 선거가 끝이 아니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주민들은 스스로 주인이라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된다. 정치 세력은 바뀔 수 있지만, 주민들은 변하지 않는다. 계속 지켜보고 감시해야 한다. 옥천군 군의회를 가보면 옥천신문 기자만 있다. 옥천신문마저 없으면 감시자가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황민호 옥천신문 편집국장(미디어스)

Q. 최근 언론에 대한 불신이 늘고 있다. 언론이 스스로 주인행세를 한다는 지적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는데 옥천신문은 어떤가

A. 맞다. 언론이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주인의식이다. 한국 언론은 스스로 주인공이길 원한다. 사회를 바꾸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운 사람은 주인이 될 수 없다. 세상의 중심은 가장 약한 사람들이다. 약하고 아프고 힘든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다. 옥천신문은 매체일 뿐이고, 주민들의 삶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매체도 권력인 만큼, 주인이 되려 하면 곤란하다.

옥천신문은 30년 가까이 많은 걸 축적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가 해왔던 역할은 소중하고 중요하다. 그럼 에도 주인은 될 수 없다. 옥천의 주인인 주민들 곁에 다가갈 수 있는 보폭이나 행보를 조절하는 것이 옥천신문을 건강하게 하는 길이다. 언론이 지켜야 할 선이기도 하다.

Q. 옥천신문이 추구하는 저널리즘이 뭔가

A. 우선 옥천신문의 구성원이라면 지역에 대한 철학과 농업농촌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 또 언론이 민주주의를 공공성 있게 가꿔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이런 바탕이 옥천신문의 저널리즘이다.

웃기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옥천의 역사는 옥천신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옥천신문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주민들의 삶을 그린다. 옥천군의 기록물인 것이다. 매주 옥천군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신문 제작에 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공공성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Q. 서울·수도권 언론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는가

A. 최근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우리 수습 기자 지원자 중에 대형 언론사에 인턴기자를 경험하신 분들이 있었다. 이분들이 하는 일을 보면 대부분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고 있더라. 디지털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언론인을 꿈꾸는 젊은 청년의 피와 땀을 갈취하는 행동이다.

그러면 안 된다. 어뷰징 같은 조회수 승부, 똑같은 뉴스가 아니라 다른 관점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승부를 봐야 한다. 서울에서 수많은 언론이 모여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아마 그 해답이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역은 언론의 블루오션이다. 지역을 잡는 언론이 궁극적으로 오래 갈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지역인 것이다. 지역을 일회성 기사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에 집중했으면 한다. 그게 생존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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