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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아파트 취재, 피부가 짓무른 아이로부터 시작됐다"

기사승인 2018.05.21  08: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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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PD수첩-회장님의 부귀영화' 연출한 임채원 MBC PD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화성 향남의 아파트에서 아토피로 피부가 짓무른 아이의 사진을 봤어요. 그런데 그게 부영아파트래요."

MBC<PD수첩>은 지난주 주택건설 및 임대주택업을 하고 있는 '부영그룹'의 민낯을 밝혔다.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아파트를 건설하는 부영, 부영의 공공임대주택 아파트 입주자들은 매년 5% 가깝게 인상되는 임대료와 부실시공으로 인한 심각한 건물 하자에 눈물짓고 있었다. 

변기로 오물이 역류했고,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슬었다. 비가 오면 아파트 건물에서는 흙물이 줄줄 샜고, 지하 오수관에서는 분뇨가 역류했다. 2009년 40만 원대이던 임대료는 현재 110만 원대가 됐다.

<PD수첩-회장님의 부귀영화>편을 연출한 임채원 MBC PD는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이 이러한 고통에도 '집값 떨어질까'두려워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며, 부영과 이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의 책임 방기를 비판했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임채원 PD를 만나 부영 취재 뒷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시사교양국에서 편을 연출한 임채원 PD를 만나 취재 뒷이야기를 들었다.(미디어스)

Q. 이번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지난 2월 아동학대 아이템을 준비하다가 화성 향남의 한 아파트에서 아토피가 생긴 아이의 사진을 봤다. 그런데 그게 부영아파트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다. 주민들은 벽에 바른 락스 때문에 아이의 피부가 짓물렀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있는 집에 곰팡이 하자 보수를 하면 단열재로 시공을 해서 보수해야 하는데 락스를 발랐다. 제가 그만한 아이를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는데 작가가 이상하다고 연락이 왔다. '주민들이 대뜸 그냥 내려오라고 한다. 말이 필요 없단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내려가 봤더니 어마어마했다.

부영을 취재해야겠다고 확실하게 마음먹은 것은 판교로 첫 취재를 가던 날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자마자 부영의 홍보실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명함을 주며 'PD님 어떤 일로 오셨냐'고 물었다. 어느 기업에 가도 홍보팀은 나중에 나타나는데 내리자마자 홍보팀이 맞이해줬다. 당일 부영 본사 홍보이사에게 전화가 왔다. 제 이름을 알고 있었다. "임채원 PD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이거 해야겠구나. 문제 있는 기업이다' 마음 먹었다. '내 이름과 개인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주민들이 한 얘기가 딱 맞아 떨어진 셈이다. 주민들은 부영은 아무리 하자 보수를 신청해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PD수첩' 팀이 취재를 가자 홍보팀 직원이 먼저 와 있었다. 부영에게 하나만 묻고 싶다. "저희 첫 취재 갔던 날 홍보팀 직원들 보내셨잖아요. 그런데 왜 하자보수팀은 그렇게 빨리 안 보내주십니까"라고.  

Q. 오물 역류, 건물 누수, 곰팡이 등 전국 부영 아파트의 실태를 조명했다

우선 화면에 나온 것들은 모든 부영아파트에서 발생하던 것이다. 가장 깨끗했던 곳은 평택이었다. 부영아파트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천장이 다 뚫려 오수관이 노출돼 있었고, 지하 주차장에 가면 물이 줄줄 흘렀다. 하자가 있는 부분은 얇은 플라스틱 타일로 가리고 있었다. 그게 하자 보수작업이었다. 주민들이 황당해서 타일 업체에 물어보니 그냥 타일이고 전국의 부영아파트에 이것을 납품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게 가장 깨끗한 경우였다.

부영의 전 임원은 부영이 치수를 못하는 기업이라고 얘기했다. 아파트 외벽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창틀과 건물 사이 큰 이격이 있다. 부영을 그곳을 시멘트가 아닌 실리콘으로 보수해 놨다. 주먹구구식에 보이는 곳만 예쁘게 해놓고, 뒤는 엉망진창이다.

똥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똥물의 왕국'. 오수관이 뭔지 몰랐는데 현장에 도착한 순간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역류한 분뇨가 처음에는 진흙인 줄 알았는데 나뭇가지로 뒤져보니 가스가 덮쳐왔다. 그 안에서는 고춧가루, 참외 씨 같은 인간 분변의 소화 덜 된 것들이 나왔다. '미치겠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건물 앞은 흉가처럼 온 벽에 녹이 슬어있었고 모서리에는 곰팡이와 이끼가 슬어 있었다. 

임채원 PD가 경상남도에 위치한 한 부영아파트를 찾아 오수관에서 역류한 분뇨를 확인하고 있다. 5월 15일자 MBC 'PD수첩-회장님의 부귀영화' 편 방송화면 갈무리.

Q. 부영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 지역에 내려갔는데 절 안내해주신 분이 그 단지 왕따다. 부영의 하자와 싸우다가 왕따가 됐다. 부영을 취재하면서 가장 비극적이었던 게 주민들이 말을 하지 못한단 점이었다. 분양을 받은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부영의 하자에 대해 말하지 못했고, 임대 주민들은 어떻게든 좋은 조건으로 분양을 받고 싶어 말을 못했다. 

오수관에서 역류한 분뇨의 냄새가 14층까지 올라간다고 하는데 아무도 입 뻥끗 하지 않았다. 블랙코미디 같은 장면이 있었다. "PD수첩입니다, 밑에 오수관 터진 것 알고 계신가요?"라고 주민분께 여쭤봤더니 "우리 냄새 하나도 안 나요~. 우리 리모델링 하고 있어요"라고 하더라. 리모델링의 목적이 보였다. '리모델링해서 얼른 집을 팔고 나갈 생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서글펐다. 도대체 집값이 뭐라고 똥물이 흐르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숨죽이고 사는가. 집은 이 사람들의 유일한 재산이니까 숨죽이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민들은 방송에 부영이 나오면 큰일 난다고 했다. 현장에 다녀온 내내 슬펐다. 이걸 부영이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되니까 더욱 가슴 아팠다. 너무 큰 문제 아닌가.

부영은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일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면 너도나도 이것 좀 보라고 난리였다. 일부 주민이 아니다. 임대 아파트에도 임차인 대표회의가 생기는데 부영이 분리공작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동 대표들 간 갈등도 굉장히 심하다.

Q.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은 이른바 '세발자전거론'으로 알려져 있다. 세발자전거는 두발자전거보다 느리지만 넘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부영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반영된 듯 보인다

'세발자전거'가 맞다. 국토교통부, LH, 부영그룹이 세발자전거다. 국토교통부와 LH를 잡고 있는 이상 부영은 넘어지지 않는다.

방송 보신 분들이 꼭 아셔야 할 게 국토교통부·LH·HUG, 이 문제에 대해 정말 성의가 없다. 국토교통부에 취재를 요청했을 때 기계적인 답변서가 돌아왔다. 담당 사무관에게 취재를 요청하자 답변서를 읽었고,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박 모 실장은 형식적인 답만을 내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취재를 요청하자 바쁘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오수가 흐르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국토교통부 장관은 바쁘다고 한다. 

똥물에서 사람이 사는데 본인들의 일정이 바쁘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다. 이것보다 더 시급한 게 있나? 이 문제에 대해 장관이 나와서 '책임을 통감한다', '강력히 조치하겠다'하면 방송보신 분들이 얼마나 위로를 받겠나. 그걸 바쁘다고 안 해준다. 공공이 하기 버거우면 민간 사업자가 공공주택사업을 할 수는 있다. 그러면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 왜 안 했나. 왜 안 합니까 공무원들.

국토교통부가 변할 것 같지 않다. 한 취재원에게 듣기로는 이중근 회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국토교통부 실·국장들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자신이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대상에게 인사를 한 것이다.

답변서를 받으면 PD도 편하다. 그러나 답변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짜내서 한 마디라도 듣지 않으면 입주민 분들을 뵐 면목이 없었다. 국토교통부의 태도를 본 순간 용서도 안 됐고, 직업 윤리상 PD가 더 취재할 수 있는데 나 편하자고 그만둘 수 없었다. 

5월 15일자 MBC  'PD수첩-회장님의 부귀영화' 편 방송화면 갈무리.

Q. 부영과 타 건설사의 임대료 인상폭을 비교했다. 일반적으로 타 건설사는 수익이 비교적 덜 나는 공공임대주택사업을 부영만큼 안 하지 않나? 

취재하며 부영 직원에게 들은 충격적인 말은 '부영이 그런 다른 건설사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다른 건설사들이 부영이 하는 짓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부영을 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부영이 나온다고 들었다. 부영이 공공임대주택사업을 수익성 있게 만든 셈이다. 

부영아파트에 사시는 한 할머니의 경우는 임대보증금 연체료가 나오면 고지서가 나오는데 매달 0원으로 나오다가 갑자기 거액의 고지서가 청구된다고 말씀하셨다. 내용증명이 갑자기 날아온다고 하셨다. 연체료를 받을 의도가 있다면 이럴 리 없다. 무서운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대료 때문에 사채를 쓰셨던 분도 계셨고, 암에 걸렸는데 임대료를 내기 위해 일을 나가시는 분도 계셨다. 주거비가 한 달에 200만 원이라고 하신 분도 계셨다. 취재를 하는 중에도 명도 소송이 들어온다. 그러니 주민 분들은 피를 토하면서 얘기하신다. 

Q.취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아파트 단지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저도 외따로 이른바 '유배'를 가본 적이 있다. 그때 제가 했던 생각을 저분들도 하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어려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 이분들을 최대한 많이 TV 앞으로 이끌어 내는 게 'PD수첩' PD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이 분들을 보며 김민식 PD가 많이 떠올랐다. 김민식 PD가 '김장겸은 물러가라' 외쳤을 때 '저 형 저렇게 혼자 내버려두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다. 사회의 수많은 민식이 형을 보는 것 같다. 이분들을 절대로 혼자 내버려두면 안 된다. 'PD수첩'이든 다른 시사보도 프로그램이든 그분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담아내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만약 부영에, 국토교통부에 할 말이 남아있다면 제가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카메라를 들고 나갈 것이다.

이번 취재에서 제가 그만큼 뛸 수 있었던 건 극성이고 독종인 작가님과 팀원들을 만나서다. '저렇게까지 방송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분들이 MBC 시사·교양을 지탱해오신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감동스러웠다. '내가 이런 분들과 작업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잘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작가님은 심지어 프리랜서다. 프로그램이 잘되면 제가 기자님과 인터뷰하지 작가님이 인터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혼을 보이는데 제가 쓰러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팀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뛰었다. PD 혼자의 취재 몫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 우리 스탭 누구에게 물어봐도 나만큼 똑같이 취재 내용을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팀원들은 겁도 먹지 않고 달라붙어 물어봤다. 같은 팀으로, 한 팀으로 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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