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남성 몰카는 네이버 실검 1위, 여성 몰카는 야동 사이트 실검 1위”

최근 홍대 누드 크로키 몰카(몰래 카메라) 사건과 여고생 기숙사 몰카 사건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몰카 범죄에 대한 극심한 성별 온도차를 보여줬다.

몰카 범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다. 가파른 벼랑 수준이다. 최근 5년간 불법촬영범죄 가해자의 98%는 남성이었다. 수사와 처벌도 미온적인 경우가 많았다. 재범인데다 진료 환자를 포함해 137회의 몰카 촬영을 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해 의사라는 이유로 신상 공개가 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이번 홍대 누드 크로키 사건 가해자는 초범에 일회성인데도 몰카범 최초로 포토라인에 세워졌다. 여성들은 이러한 온도차에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상대적 처참함과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청주공항 여자화장실 칸막이 벽면. 구멍 뚫린 자국이 수십 개 있다 (트위터)

여성들은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는 물론 사무실, 화장실까지 어느 곳에서든 누군가 자신을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최근 청문회까지 등장한 ‘물병 모양 몰카’ 사례처럼 맨눈으로 구별하기 힘든 몰카들이 수많은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미 개인이 ‘조심한다’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다. 여성들이 자취할 때 남자 속옷을 걸어 놓는다거나, 몰카 구별법을 ‘생존 팁’으로 공유하지만 온전히 불안을 씻을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최근 ‘엄마, 선생님 몰카’까지 등장할 정도로 몰카는 몰래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일상은 온전히 여성에게만 해당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 이후의 개인들이 조직적 감시와 처벌 체계 속에 산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근대 이전부터 남성 연대의 조직적 감시와 처벌 체계 속에 살았다. 여성에게만 가혹한 외모 품평과 순결 이데올로기, 길거리에서 무시로 겪는 시선 강간이 그것이다. 특히 여자 화장실 벽면에 마구 뚫린 구멍들에 불안을 느끼며 용변을 보는 여성들의 상황은 사적 영역까지 침범한 ‘가부장제 파놉티콘(Panopticon)’에 둘러싸인 처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그리고 리벤지(revenge) 포르노는 가부장제 파놉티콘의 처벌이 된다.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비교 사진 (트위터)

바바리맨의 존재처럼, 남성은 성기를 내놓아도 웬만해선 성적 대상화의 시선으로 묶이지 않는다. 오히려 과시와 폭력의 수단이 된다. 홍대 누드 크로키 몰카 사진이 쉬는 시간에 성기를 내놓은 모습이었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워마드와 일베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일베는 여성 몰카를 성적으로 소비하지만 워마드는 조롱에 그친다. 또 ‘야동’에서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위를 하고 있어도, 시선 폭력은 철저히 남성을 비껴간다. 남성이 자신이 나오는 포르노를 유포할 수 있는 이유다. 남성이 수치스러울 때는 불륜이나, 동성과의 성교처럼 ‘가부장제의 시선’을 벗어났을 때뿐이다. 혹은 홍대 누드 크로키 모델에 대한 조롱처럼 ‘남성성’이 공격 당할 때거나.

가부장제 파놉티콘에서 시선 권력을 독차지한 남성들은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빅 브라더’에 비견된다. 여성들은 빅 브라더의 시선 속에서 고깃덩이처럼 신체 사이즈와 색깔, 모양으로 조각조각 ‘정보’로 토막난다. 그 사이 인권과 존엄은 철철 흘러 나가고 새어버린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넘쳐나는 야동 사이트, 남초 커뮤니티, 단톡방에서 ‘빅 데이터’로 떠돈다. 뿐만 아니라 그 빅 데이터는 빅 브라더의 ‘빅 머니’가 된다. 여성들은 빅 브라더의 ‘따오기 폴더’ 새장에 갖힌 신세다.

유튜버 양예원 씨가 성폭력 사건을 고발했다 (양예원 씨 유튜브 캡쳐)

‘시선 강간’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방에게 그대로 시선을 돌려주는 것이다. 상대의 몸을 훑어 보거나 눈을 빤히 응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마치 그 여자에게 ‘시선’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듯이 놀라고 당황한다. ‘야동’도 마찬가지다. 이번 홍대 누드 크로키 사건으로 남성들은 ‘야한 동영상’이 상대에겐 ‘고통 동영상’이 될 수 있음을 이제야 알고 놀란 듯하다.

얼마 전 유튜버 양예원 씨가 자신이 모델 촬영을 빙자한 성폭력을 당했고, 그 성폭력 모습이 야동 사이트에 올라 간 일을 용기 내어 고발했다. 양예원 씨는 더 이상 피해자가 숨을 이유가 없으며, 다른 피해자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투 고발 운동은 빅 브라더에 대한 빅 시스터들의 외침이다. 우린 이전처럼 더 이상 그대로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동일범죄 동일처벌뿐 아니라 ‘동일시선, 동일인권’을 보장하라고.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