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가 조선일보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에 대해 비판했다. 위원들은 "조선일보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의심하는 기사가 많았다", "조선일보가 회담 전반에 딴지를 거는 건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다", "조선일보는 이번 남북회담을 '평화쇼'라고 격하시킨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보수 정론지로서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 등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는 지난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순형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태수(변호사), 방희선(변호사), 유미화(중경고 교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정희(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여울(문학평론가 겸 작가) 위원이 회의에 참석했다.

[사설] 북핵은 ‘美·北’에 넘기고 對北 지원 앞세운 남북 정상회담. 조선일보 4월 28일 칼럼 31면.

이 자리에서 한 위원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각 신문의 보도 성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평화 분위기를 환영하는 언론, 둘째 객관적으로 '좀 더 지켜보자'는 언론이다. 셋째는 경계하고 의심하는 보수 언론"이라며 "조선일보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의심하는 기사가 많았다. 경계와 의심이 좋은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어렵게 얻은 평화 모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비핵화 의지가 명문화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진 않은 것 같다"며 "그동안 남북관계는 보수·진보 언론 가리지 않고 '올 오어 낫씽(all-or-nothing' 혹은 흑백논리식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보도가 그동안 걸어온 평화의 길을 가로막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위원은 "남북정상회담 기사를 보면 조선일보가 뭔가 머뭇머뭇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회담을 지지하지만 비판하는 건지 아니면 회담 전반에 딴지를 거는 건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회담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자유한국당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 위원은 "이번 남북회담을 '평화쇼'라고 격하시킨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보수 정론지로서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보수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지 않는다면 조선일보가 보수의 건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독자들도 '이것이 진정한 보수의 목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달 27일 아침 <북핵 폐기로 민족사에 남을 남북 정상회담 바란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정은이 밝힌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못 박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전 세계 언론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김정은이 육성으로 핵 포기를 약속하게 하고, 그 약속을 남북 정상 합의문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28일 조선일보는 <북핵은 '미·북'에 넘기고 대북 지원 앞세운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핵 폐기에 대해선 정말 깊은 논의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로 빈약한 내용만이 합의문에 담겼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합의문을 보니 비핵화 문제는 마치 마지못한 장식용처럼 맨마지막 항에 단 3문장으로 들어가 있다. 몸통은 잘 안 보이고 꼬리가 요란한 합의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편, 조선일보의 '라돈 침대'보도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한 위원은 <SBS가 보도한 '라돈(1급 발암물질) 침대'… 원자력안전위원회 "피폭량 기준치 이하">라는 제목의 5월 11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기사를 읽어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 위원은 "라돈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있다.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인데 대진침대가 사과문을 올리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며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진침대'에서 1급 발암 물질인 '라돈'이 대량 검출됐다는 SBS의 단독 보도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0일 분석 작업에 착수, 피폭량이 법적 기준치 이하라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원안위 중간조사 결과를 전하는 과정에서 SBS 보도가 문제라며 '대진침대'의 경영 악화를 우려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원안위가 발표한 내용 중 외부 피폭선량에 대한 부분만을 인용해 '피폭량 기준치 이하'를 강조, 원안위가 발표한 내부 피폭선량에 관한 정보를 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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