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기습해 턱에 가격한 청년이 7일 구속됐다. 경찰은 정치인을 폭행해 사안이 중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리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구속영장이 이토록 신속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옹호 받을 수 없는 행위지만 경찰의 대응이 사실 과하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또한 가해자의 부친은 “진단2주에 구속은 평등하지 않다”고 읍소하고 있다. 다른 측면을 보자. 정치인을 때린 죄 말고 정치인이 저지른 죄는 중하지 않은 것일까? 김 원내대표 폭행사건의 가해자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반면, 또 다른 기사에서는 검찰이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구속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30대 남성 김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 서울남부지법으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을 폭행한 것이 중하다고는 하지만 가해자는 겨우 한 대를 때렸을 뿐이고, 김 원내대표가 입은 피해는 전치2주의 사실상 매우 경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구속은 일사천리도 진행되었다. 강원랜드에 취업청탁 비리의 중심에 선 권성동 의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권 의원의 경우 검찰에 증거를 목록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정치인을 한 대 때린 죄보다는 정치인이 저지른 죄가 더욱 엄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한국 사회는 아직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서 꼬집지 않는 언론 역시 공정하지 못하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20계단을 상승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자유가 늘었는지 몰라도 그것을 활용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관련 최악의 이슈는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무려 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야는 아니 정확히 말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의 야당들은 국회가 일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계속되는 국회의 무능과 무책임에 국민들은 폭발 직전이다. 현 국회의원 전원 불출마를 전제로 해서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을 했으면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홍 의원의 거센 발언이 현 상황의 해법은 되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양심은 있다는 시민들 반응이다.

7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 참석한 원내대표들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노회찬, 자유한국당 김성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바른미래당 김동철. Ⓒ연합뉴스

이번 국회 파행에는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야당들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현재 지방선거를 위해 사직서를 낸 국회의원 4명 중 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의 사퇴서가 14일까지 처리되지 않는다면 이들 지역의 보궐선거는 내년 4월로 미뤄지게 된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국회의원 없는 1년을 보내야 한다.

꼼수로 국회의원 결원에 따른 보궐선거를 인위적으로 방해한다면 그것은 분명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해행위라 해야 할 것이다. 그로 인해 원내 제1당을 차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당지역의 주민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적인 저항과 비난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일하지 않고도 천만 원이 넘는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다. 파렴치도 이런 파렴치가 없을 지경이다. 정치인을 때린 청년에게 벌보다는 차라리 상을 주고 싶은 심정도 아주 무리는 아닐 것이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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