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무문관. ‘무(無)’의 정확한 탐구만이 선문(禪門)의 종지(宗旨)로 들어서는 제일의 관문을 뜻한다. 중국 송나라의 선승 무문혜개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불교의 독특한 수행법인 무문관은 두 평 남짓한 독방 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채우고 하루 한 끼의 공양만으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에서 6년간 정진하는 수행법이다.

대구 민영방송 TBC에서 제작한 <무문관>(2018)은 11명의 스님들이 천일동안 무문관 수행을 하는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애초 스님들이 무문관 수행하는 선방은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하는 곳이지만, 선원 측의 허락을 얻어 스님들의 수행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무문관> 스틸 이미지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위치한 무일선원에서 진행된 천일간의 무문관 수행은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에서 회주(법회를 주관하는 법사)를 맡고 있는 우학스님을 필두로 11명의 스님들이 참여했다. 천일동안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에 그야말로 목숨을 내건 수행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촬영 중 한 스님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무문관 수행을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무문관 수행은 눕지 않고 참선하는 장좌불와, 잠자지 않고 수행하는 용맹정진과 함께 어느 정도의 수행력 있는 스님만이 가능한 어려운 수행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스님들은 왜 목숨까지 위협받을 정도의 무모한 수행을 단행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선불교(선종)의 최대 목적이자 핵심은 견성성불. 자기의 본성을 보아 부처가 되는 것이다. 불교는 스스로 깨달아 일체 중생을 제도하는 종교다. 일반 신도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내리신 방편법으로 부처님과 스님께 공양을 올리거나 예를 갖추는 것으로 족할 수 있겠지만, 부처가 되기로 결심한 스님들은 부처처럼 깨달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님들은 고독을 자초하면서 그 속에서 해탈의 길을 찾고자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무문관> 스틸 이미지

지난 2016년, TBC 창사 21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작, 방영한 바 있는 <무문관>은 방송 이후 전국에 있는 많은 불자들에게 무문관 수행을 알렸으면 좋겠다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요청에 의해 1년간 추가 촬영을 진행하여 영화로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재탄생한 <무문관>은 ‘무(無)’라는 화두(불교에서 참선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참선하여 진리를 찾는 문제)를 들며 용맹정진하는 우학스님과 함께 배우 전무송이 무문관 수행의 시초를 연 무문혜개로 분한 에필로그가 추가되었다.

<무문관>을 연출한 박대원 감독은 화두 하나만을 붙잡고 오랜 기간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해가는 스님들의 무문관 수행을 통해, 물질위주의 현대 사회에서 소중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물쇠가 채워진 선방에서 천일동안 수행을 이어나가는 구도자의 모습은 감동이지만, 중생들 입장에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위험한 수행까지 마다하지 않는 스님들의 경지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무문관> 스틸 이미지

한 고승은 불법을 위해서 자기 몸까지 생각하지 않고 수행한다는 불교 용어를 언급하며, 애지중지 여기는 몸까지 바쳐도 아까울 것이 없는 것이 불교수행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몸까지 내걸며 수행에 돌입한 스님들은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깨달음을 얻었을까. 무문관 수행을 마친 스님은 “끝이 났는데 이렇게 돌아보니까 3년이란 세월이 안 보여요.”라고 말한다.

참선은 본래 깨달을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기 위한 수행법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진리를 알기까지 부단한 수행과 마음공부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불교는 어렵고도 흥미롭다. 불교의 깨달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주지는 않지만, 깨달음의 과정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무문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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