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이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서 시민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에 공감을 표했다.

21일 한국외대에서 열린 '2018 한국방송학회 봄철 학술대회'에서는 공영방송 혁신을 주제로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의 특별대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공영방송 혁신 과제와 관련해 크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공영방송과 정부의 관계 설정 ▲공영방송의 재원확보 ▲조직문화 개선 ▲지역방송 활성화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21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열린 '2018 한국방송학회 봄철 학술대회'에서는 공영방송 혁신을 주제로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의 특별대담이 열렸다.(미디어스)

■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 '시민참여' 담겨야

양승동 사장과 최승호 사장은 모두 현 방송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 선출됐지만, 선출 과정에 시민 참여가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MBC의 경우 이번 사장선출은 과정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됐으며 사장후보자에 대한 시민들의 질의가 공개 프리젠테이션, 최종면접 등에 반영됐다. KBS의 경우 시민자문단이 구성돼 시민들의 의견이 사장선출에 직접 반영됐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관행에 의해 여·야 정치권의 추천으로 구성돼왔다.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 7명과 야당 추천 이사 4명, 방송문화진흥회는 여당 추천 이사 6명과 야당 추천 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사장선출을 비롯한 공영방송의 운영은 언제나 정파성 시비에 휘둘렸다. 이러한 관행을 타파하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파성을 줄이는 '방송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양승동·최승호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선출 과정에 시민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 사장은 "현재 방송법과 이사선출 방식은 기본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야 7:4 구도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할 때 이사회에서는 퇴장·기권 등 파행이 이어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사장은 "그런데 이번에는 이사회가 합의해 시민자문단 제도를 도입하고, 그 속에서 사장을 뽑았다. 이것이 앞으로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참고가 될 것"이라며 "상당히 중요한 단서와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논의되는 몇몇 안들은 '중립지대', '시민참여' 등을 담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여야가 정파적 대립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도입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호 사장은 "원전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 공론화를 거쳐 국가대사를 대단히 안정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봤다. 이후 양 사장이 뽑히는 과정에서도 KBS 이사회가 시민자문단 룰을 잘 규정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시민참여에 긍정적 의견을 냈다.

최 사장은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분들을 보면 학계 원로 등 훌륭한 학자 분들이었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심각한 파행으로 흘러갔다"며 "결국 정파라는 테두리 속에 한 정파가 자신을 선정했다는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게 만드는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색깔보다는 '공영방송사를 제대로 경영할 사람이 누구냐'를 결정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정치권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어 같이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은 시민참여에 의해 사장에 선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승동 사장과 최승호 사장이 사장후보자 당시 시민들 앞에서 정책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청와대와 공영방송의 관계, "건강한 관계 될 것"

공영방송에 대한 청와대의 입김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파성 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사찰,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사례가 대표적이다. 친정부 인사가 공영방송 사장으로 선출되면서 공영방송의 보도 방향이 설정되어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양승동·최승호 사장은 현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러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사장은 "청와대와 방송과의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정상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언론장악' 이슈는 현 정부에서 있을 수 없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이사들로부터 여러 말씀을 들어봐도 본인의 선택에 (청와대의) 압력을 느꼈다던가, 바람이 전해졌다든가 하는 것은 없었다"면서 "언론사 사장으로서 청와대를 대하는 태도는 충분히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사장후보자 당시 정책발표에서 사장임기가 종료되면 저널리스트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언론사 사장으로서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태도를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앞으로 청와대와 방송사의 관계는 굉장히 건강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 사장 역시 "지금 시기 청와대에서 공영방송 장악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보도부문 책임자 임면동의제, 편성위원회 정상화 등 내부 제도화를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공영방송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사장은 "보도와 시사영역 국장 임면동의제를 실시하고, 방송법상 편성위원회 운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내부 제도화 시키면 상당한 정도로 자율성을 갖고 독립성 있게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역차별 많이 받아"... 광고제도 개선 필요성 언급

언론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서는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필수요건으로 꼽힌다. 언론사가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공익성 구현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케이블방송의 강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1인 방송의 확산 등으로 인해 과거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에 자리하던 광고시장은 상당부분 분산됐다. 양승동·최승호 사장은 중간광고 등 공영방송이 타 방송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공영방송의 재원이 튼튼하지 않으면 정치·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시민들을 위해 방송하는 기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영국의 경우 수신료를 튼튼한 재원으로 해 (방송을)꽃 피우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변화가 상당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MBC의 경우)시청률 하락 비율보다 광고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주요한 이유는 역차별"이라고 분석했다. 최 사장은 "유료방송·종편과 광고나 각종 제도에서의 역차별이 매우 심하다"며 "특히 중간광고 부분은 지상파방송은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방송들에 허용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재원에 있어 많은 차이를 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사장 역시 "광고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미국, 일본, 영국 등의 나라들 수준에 맞춰 광고제도는 허용돼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 사장은 "2012년 미디어법이 만들어지면서 (지상파는) 비대칭 규제를 당했다. 역차별을 많이 받았다"며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구현해 한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면 역차별은 해소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KBS의 수신료 현실화와 관련해 양 사장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양 사장은 "KBS는 이상적으로 수신료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지금 수신료 현실화 정책을 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저희도 잘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양 사장은 "신뢰도가 바닥치고 있다. 신뢰도 회복 이후 수신료 현실화를 언급할 수 있다"며 "그 전에 중간단계에서 여러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고 광고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7년 9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MBC본부의 총파업 출정식 모습(사진=미디어스, 연합뉴스)

■ '제작 자율성' 우선 보장... 지난 10년 폐해 정리하고 넘어가야

양승동·최승호 사장은 지난해 9월 시작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 본부의 공동파업의 결과로 선출될 수 있었다는 공통점 역시 가지고 있다. 당시 두 노조가 파업 구호로 삼은 것은 '공정방송 쟁취'와 '적폐청산'이었다. 구성원들의 구호에 답하듯 두 사장은 제작자율성 보장을 통한 공정방송 실현과 지난 시기 과오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 사장은 "지난 번 KBS는 140일간 파업을 했다. 그 파업과정은 의미 있었고, 앞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상당히 합의된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제작 자율성 보장"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은 "제 경험으로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라며 "기회가 될 때마다 다짐하는 심정으로 제작 자율성을 얘기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 사장은 "어떻게 과거를 청산하고 조직을 극대화할지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다. 일부 구성원들이 냉소적으로 되지 않도록 적절히 균형을 맞추려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지난 10년 많은 파행과 문제가 있었다. 그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새 출발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그런 과정을 분명히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내면적으로 제작 자율성 보장 측면은 이미 완벽하게 이뤄져 있다"며 "큐시트라는 걸 본 적이 없다. 임원회의에서도 어젯밤 어떤 보도가 나갔는지 얘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어떤 보도가 잘못됐다는 여론이 강하다든지, 보도국이 대처를 충분히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으면 환기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도에 대해 사장이 평가하는 것 등은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과거청산과 관련해 최 사장은 "MBC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완전히 망각하고, 심하게 얘기하면 범죄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그냥 통합해서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은 진정한 공영방송 회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그런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정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법률적 자문을 충분히 받아가며 무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가급적 빨리 정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충분히 신중함을 기해 마무리되면 미래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모든 지혜를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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