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은 드루킹 사건에 나름 기상천외한 발상을 덧붙였다. 물론 거기에는 김경수 의원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인데, 드루킹 등 댓글을 조작한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에 추천 조작을 했다는 사실의 매우 부족한 개연성을 김경수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려는 시도를 했다.

상식적이라면 말이 되지 않는데, 한국 언론들 특히 촛불혁명 이후 정신 차렸다는 언론들이 TV조선의 이상한 프레임을 못 이긴 척 따라가고 있다. 야당들은 한술 더 떠서 2012년의 국정원 댓글 조작과 동일시하며 부정선거라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지난 대선은 이미 시작 전부터 결판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촛불광장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했고, 보수세력은 힘을 잃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취임 이후에는 줄곧 지지율이 70%를 기준으로 내려가는 경우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도대체 뭐가 아쉬워 댓글조작을 하겠는가. 만에 하나 그랬다고 하더라도, 댓글 조작을 시키고 돌아서서는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드루킹이 매크로를 구입한 것은 올해 1월 15일이고, 17일에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이 사실만 알아도 대선 댓글공작이라는 말을 하지는 못한다.

“‘드루킹’, 김경수 의원에 주일대사·오사카 총영사 청탁” (KBS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더군다나 드루킹이 매크로를 동원해 댓글추천 조작을 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애써 이루고자 했던 평창올림픽 단일팀 이슈가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혀 몹시 당황하던 때였다. 그 상황에서도 보수가 한 짓처럼 꾸미기 위해서 평창 올림픽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고, 매크로 작업을 했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드루킹을 애써 친문 블로거로 부르며 자작극 프레임에 사로잡힌 언론을 보면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2012년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잠금을 감금으로 바꾼 프레임 공작을 그대로 확산시킨 사례다. 늘 그랬다. 정윤회 문건 사건 때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여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드루킹이 매크로로 여론조작을 해 문재인 정부에 해를 끼친 사건을, 거꾸로 김경수 의원의 댓글조작 배후설로 프레임을 바꾸려는 것이다.

2012년 국정원녀 셀프감금 사건 당시 경찰은 서둘러 거짓발표까지 했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민주당의 감금사건으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그 결과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거꾸로 민주당에게 불리한 사건이 되고 말았다. 그때의 경찰과 지금의 경찰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러고는 “언론이 너무 나갔다”는 한가한 감상을 흘린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프레임 공작이 결국 터무니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이미 선거에 악영향은 다 끼친 이후라는 사실이다.

야당, 김경수에 총공세…'댓글 공방' 여야 주장 살펴보니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갈무리)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 수석대변인 박범계 의원의 말을 빌자. 박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김경수 의원의 경우, 혐의 유무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구속된 김모 씨의 텔레그램에 김 의원과의 문자메시지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실명이 거론된 것이다”면서 “이 같은 수사 기밀이 어떻게 특정 언론사에 제공됐는지 그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유력한 경남지사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 후보를 공격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실제로 드루킹이 운영했던 카페 경공모 회원이었던 사람이 15일 KBS와 인터뷰를 했으며, 일부 자료도 넘기면서 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증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카페 회원이 제공한 단톡방 내용을 보면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에게 일본 총영사 인사청탁을 한 사실과 그 거절로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드러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망하게 해야 한다”는 중요한 증언도 나왔다. 댓글조작을 보수가 한 짓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다는 말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경찰이 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내용이 의혹으로 포장되어 대단한 이슈가 된 것부터가 수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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