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은 댓글 조작으로 경찰에 체포된 더불어민주당 당원들과 김경수 의원 연관설을 보도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경수 의원이 이들의 배후라도 되는 것처럼 행간을 배치했다. 그러자 김경수 의원은 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전면 반박했다. 김 의원은 TV조선의 보도가 악의적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할 것을 밝혔다.

14일 저녁 9시 30분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경수 의원은 댓글사건의 핵심인물인 인터넷 필명 ‘드루킹’과의 면식 관계는 인정했다. 김 의원이 밝힌 ‘드루킹’과의 관계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시작됐다. 대선 경선 전에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연락을 하고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 당시는 그런 식으로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연락해온 많은 지지그룹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선거 때에는 통상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당원 댓글공작'에 연루됐다는 한 매체 보도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선거 후 ‘드루킹’이 인사와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해왔으나 이를 거절하자 상당한 불만을 품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이 오기는 했지만 거의 '드루킹' 쪽에서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고, 김 의원은 의례적인 인사말 정도 외에는 보내지 않았으며 상의하듯이 의견을 주고받은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김경수 의원의 기자회견은 댓글조작 사건의 빈 곳인 동기를 설명해주고 있다. 애초에 이 사건이 커진 것은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것이었고, 댓글조작의 동기가 보수세력에게 혐의를 씌우려고 했다는 신빙성 없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결국 댓글조작의 목적은 보수세력이 아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과 야당들은 이들이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사실에 집착하지만 매월 1천 원씩만 내면 되는 권리당원의 자격으로 당 지지 여부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이미 국정원 등 댓글조작의 실체가 거의 드러난 마당에 새삼 문재인 지지자가 뒤늦게 혐의를 보수에게 전가하려고 조작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믿기는 더 어렵다. 대신 김경수 의원의 해명대로 대선 이후 청탁에 대한 불만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라면 동기가 설명된다.

티비 조선의 종편 허가 취소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갈무리)

무엇보다 문재인의 복심으로 세상이 다 아는 김경수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역작인 평창올림픽과 단일팀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라고 지시했을 거라는 생각부터가 과한 발상이었다고 보는 것이 정상이고, 상식적이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민주당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어떻게 보더라도 김경수 의원의 관련설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아직은 김경수 의원의 주장이지만 TV조선보다는 개연성을 가진 해명이라는 평가가 많다. TV조선이 ‘드루킹’과 김 의원이 주고받았다는 텔레그램 문자를 근거로 제시할 수 없다면 김 의원이 예고한 법적 조치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김경수 의원의 기자회견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TV조선의 종편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하룻밤 새 4만 명이 넘는 동의를 넘겼다. ‘드루킹’과 김경수 의원을 엮은 무리수가 가져올 파장이 작지 않아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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