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 살인을 한 기록이 변호사 윤희에 의해 밝혀졌다. 사채업자의 시달림에 버티지 못한 지안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칼을 들었다. 그 지독한 악연의 시작은 그렇게 지안을 우울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어머니가 웃었다;
지안이 자신을 아는 게 슬픈 동훈, 그 동질감의 시작은 어떤 변화를 이끌까?

동훈은 출근하자마자 지안에게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전날 갑작스럽게 입을 맞춘 지안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동훈은 그녀의 행동이 불안하다. 자신이 숨기고 싶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지독한 우울함으로 이어지는 관계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중요한 미팅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박 상무는 누가 자신을 위기에 빠트렸는지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이 왜 동해에 있는 호텔에서 자고 있었는지 풀어내야만 했다. CCTV를 통해 박 상무는 누군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기로 했던 대리 운전기사가 아닌 다른 이가 와서 자신을 그곳에 방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명확해졌다. 박 상무는 덫에 걸렸다. 대표 자리 연임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준영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준영은 박 상무와 동훈을 회사에서 몰아내고 싶었다. 그런 준영의 욕망을 읽은 지안은 과감하게 접근했고, 박 상무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사채업자의 빚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지안의 행동은 동훈에게도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물론 자신만 모르는 위기. 말하기 좋아하는 여직원 채령이 자주 가는 사이트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동훈이 길거리에서 키스를 하는 사진이었다.

"남자랑 입술 닿아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그냥 대봤어요. 나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하면 월 오륙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 있을까. 대학 후배 아래서. 그 후배가 자기 자르려고 한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모른 척.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동훈은 지안이 왜 그런 도발적인 행동을 했는지 의아했다. 그리고 불쾌했다. 어린 여자애에게 만만하게 보인 것 같아 말이다. 하지만 지안은 일반적인 그 나이 젊은이들과 달랐다. 동훈을 궁지에 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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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험이 전무한 지안이 미처 몰랐던 사실은 복선처럼 다가온다. 채령이 지적했듯 까치발을 하고 키스를 하는 것은 여성이 원한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지독하게 우울한 두 남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박 상무를 처리하고 천만 원을 받은 지안은 자신의 집을 다시 몰래 들어온 광일에게 건넨다. 다시는 자신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단 각서까지 요구했다. 그런 요구로 폭행을 당하는 지안. 광일이 지안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이유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자가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광일 아버지도 사채업자였다. 지독하게 가난한 지안네 가족은 그렇게 사채업자에게 시달렸다. 할머니가 심한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더는 참지 못한 지안은 그렇게 칼을 들었다. 악연은 아들에게 이어졌고, 사채업자가 된 광일은 지안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것으로 만족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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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이 불쌍하다는 동훈, 경직된 인간이 제일 불쌍하다고 했다. 그리고 상처 입은 아이들이 일찍 성숙한다는 말로 지안의 이해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도청하고 있던 지안은 분노했다. 니가 뭔데 나를 이해하고 동정하느냐고 말이다. 이런 분노는 결국 지독한 동질감으로 변하게 된다.

청소일을 시작한 상훈과 기훈은 나름 열심히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형 상훈의 행동이 이상하다. 그런 상훈에게 못된 말까지 했던 기훈은 왜 그렇게 형이 눈물을 흘리는지 알게 되었다. 계단 청소를 하다 술에 취한 집주인에게 먼지가 가게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고, 살기 위해 무릎을 꿇고 빌었다.

동네 빌라 절반은 자신이 지었다며 청소 일을 빼앗겠다는 협박에 상훈은 빌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장면을 어머니가 봤다는 것이다. 한참을 빌고 내려온 곳에는 어머니의 도시락이 있었다. 애써 안 봤을 것이라 생각했던 상훈은 어머니가 모두 봤다는 것을 퇴근 후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확인했다.

측은하고 답답하게 생각하던 어머니가 자신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 이유를 상훈만은 알고 있었다. 서럽게 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아들이 그런 모욕을 당하며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머니를 힘들게 했고, 아들은 어머니가 그런 모습을 봐야 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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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업자를 찾아간 동훈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화끈하게 복수를 했다.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은 적도 있고, 맞은 일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소한 가족은 그런 것을 모른다고 했다. 가족 앞에서 그런 짓을 하면 "죽여도 이상할 것이 없어"라는 동훈의 말은 비수처럼 지안의 가슴에 꽂혔다.

마치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 동훈은 그렇게 지안의 마음속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족 앞에서 가족을 조롱하고 폭행하는 자를 두고 볼 수 없는 마음. 그건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분노했던 지안은 동훈의 복수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을 듯하다.

살인이나 폭행이 아닌 동훈 방식의 복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직업을 적극 활용해 엉망으로 지은 건물을 지적하며 상대가 가장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동훈. 그렇게 당당했지만, 그곳을 나온 동훈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서럽기만 했다. 형의 이야기를 듣고 참았던 감정이 그렇게 쏟아져 나왔다.

모든 것을 듣던 지안의 마음도 조금씩 변할 수밖에 없었다. 천만 원을 받기 위한 대상이었던 동훈이었지만 더는 그런 존재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막연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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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 역시 지안이 자신에게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을 아는 게 슬프다는 동훈. 동훈의 그런 우울함과 헛헛함이 싫어 준영과 외도를 하는 윤희와 달리, 동훈과 지안은 서로 닮아 끌리고 있다. 그 지독한 우울이 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게 하니 말이다.

준영의 오랜 친구인 스님 겸덕과 술집을 운영하는 정희의 등장은 향후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변화무쌍해질 수밖에 없는 동훈에게 겸덕과 정희는 중요한 존재들이니 말이다. 태국에 갔다 3개월 만에 돌아온 '정희네'에 모인 사람들. 그 행복한 술자리는 카메라마저 취해 있었다. 그 감성적인 접근과 시도가 <나의 아저씨>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박 상무는 자신이 동훈에게 했던 말이 자신을 궁지에 몬 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의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봐온 가장 친한 후배를 의심하게 된 박 상무. 결국 지안이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들면 지안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영화 <타인의 삶>처럼 도청을 하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묘한 매력을 줄 수밖에 없다. 타인의 은밀한 내면을 알게 되는 과정. 그 미묘한 감정선의 변화가 과연 이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공감하기 시작한 동훈과 지안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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