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tvN의 새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으로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은 인물 관계도에서 연애 관계 표시를 지우고, 두 주인공은 러브라인이 없다고 해명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애 자체는 지탄받을 일이 아니다. 문제는 나이 차이를 둘러싼 맥락이다.

나의 아저씨(사진제공=tvN)

<나의 아저씨>는 방영 이전부터 홍역을 치렀다. 원래 주인공 박동훈(이선균)의 형 역할로 캐스팅됐던 오달수 씨가 미투 고발 건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나의 아저씨>가 유독 거세게 지적 받은 것도 미투 운동의 맥락에 있다. 미투의 가해자들은 지금까지 모두 상사, 선생님, 선배 등 ‘나의 아저씨들’이었기 때문이다.

또 극 중 삼형제의 막내 기훈(송새벽)과 최유라(나라)와의 관계도 미투를 연상케 한다. 기훈이 감독한 영화에 참여했던 유라는 기훈에게 시달려 트라우마가 생긴 탓에 연기를 그만뒀다. 그런 인물이 20여 년 만에 만나 기훈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어쩔 수 없이 미투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성폭력을 합의됐거나 연애 관계였다고 변명한 것을 환기시킨다. 시청자들이 이 작품에 민감한 잣대를 들이밀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로맨스 속 폭력’은 <또 오해영>의 강제 키스, <청담동 살아요>의 강제 포옹 등 박해영 작가에게 계속 제기된 비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관심을 끌기 위해 폭력을 저지른다는 설정으로 그 비판이 또 반복됐다.

인물들을 함부로 불행 속에 빠트려선 안 돼

이러한 앞선 논란 때문에, <나의 아저씨>의 성패는 두 주인공의 관계 맺는 방식이 관건이 될 것이다. 우선 사채업자 인물 설정은 쉬운 길인 만큼 위험해 보인다. 아저씨 박동훈이 여주인공 이지안(이지은)의 곤경을 위로하고 사채업자로부터 구해준다면 ‘나의 아저씨’가 되기가 무척 쉽다. 하지만 남주인공의 영웅성을 부각하려면 여주인공이 구출 전 피해를 겪는 일은 자극적이기 쉽다.

수많은 소설과 극본에서 누이의 강간과 같은 비극이 남주인공의 애국심이나 대의를 다지는 소재가 되었던 것처럼. <나의 아저씨>에서 폭력 장면을 과도하게 연출했다는 비판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하지만 이미 사채업자라는 설정 자체가 적절히 폭력적이기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출자들이 가해자의 ‘과거 상처’를 부각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 된다.

또 이지안이 겪는 폭력을 적절히 연출하더라도, 이지안의 불행이 아저씨에 비해 부각되어도 곤란하다. 이지안이 아저씨에게 ‘의존’하며 관계 맺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가진 게 적다고는 하나 능력 있는 아내와 함께 사는 중년 남성과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젊은 여성의 간극이 너무 크다. 물론 의존하고 보살피는 관계 역시 치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등한 관계가 아닐수록, 특히 이성 관계일 때 관계가 불균형해지기 쉽다. 강도하 작가의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 ‘선’이 한 사례다. 선은 제대로 된 사랑을 못 받아봐서 자신에게 나무젓가락을 뜯어준 남자가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에 빠진다.

창작자라고해서 자신의 인물들을 함부로 죽일 수 없다. 인물을 죽인다고 미처 해결되지 못한 갈등과 미진한 세계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물들을 함부로 불행 속에 빠뜨릴 수 없다. 인물의 고통이라고 해서 쉽게 수습되지 않기 때문이며, 억지로 수습하면 독자가 고스란히 그 찜찜함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주인공, 특히 이지안의 불행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를 통해 두 주인공이 어떤 관계를 맺어 나갈지가 이 드라마의 시청 포인트가 될 것이다.

로맨스 속 폭력, 더 이상은 없어야

예술 작품은 윤리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생생한 악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성찰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 작품이 시대에 뒤쳐지면 죄다. 현재 미투 운동 흐름은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이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시대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tvN 제작진이 비판을 귀담아 듣겠다 전하고, ‘아저씨와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는 이야기’라고 예고했다. 성적 대상화나 펜스 룰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는, 진정한 ‘나의 아저씨’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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