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프레시안이 제기한 '정봉주 성추행 의혹'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프레시안이 피해자 A씨를 인터뷰 해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자, 정봉주 전 의원은 알리바이를 대며 프레시안 보도를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2일 기자회견 후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던 프레시안 기자에 대한 신상털이가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다.

12일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반박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와 A씨 등은 같은 학교 친구들이며, 나꼼수 지지자로서 공식 모임에서 두세 번 만났을 뿐"이라면서 "서 기자와 A씨, 그리고 이들의 다른 친구들을 2011년 11월 경 경희대 강연을 갔을 때 처음 봤다"고 밝혔다.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정봉주 전 의원은 "강연을 마치고 내려온 제게 서 기자 등은 자신들이 같은 대학교 친구들이며 같이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제가 당시 진행하고 있던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 나꼼수 지지자를 자처하면서 저를 찾아온 사람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서 기자 등이 단지 이러한 지지자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면서 "이후 저는 서 기자 등이 다니던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서 기자 등은 이때도 제 강의를 들으러 와서 제게 인사를 했고, 강의 이후 이어진 뒷풀이 자리에도 다른 지지자들과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 무렵 제가 서어리 기자 등과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 받은 일이 몇번 있었을 수도 있다"면서 "당시 저는 나는꼼수다 멤버이자 현역 정치인으로 다수의 제 지지자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제가 서 기자와 A씨, 그리고 그 친구들을 직접 만난 것은 이것이 전부이며, 그 외에 이들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기자회견 후 프레시안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해당 기사를 작성했던 서어리 기자에 대한 일부 언론의 신상털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프레시안이 아직 후속 대응방식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까지 나서 서 기자의 신상을 기사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기자가 기사를 작성 중인 12일 오후 5시 55분 현재 서어리 기자의 이름은 1등 포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3위에 걸려있다. 1위는 프레시안이다.

부산일보는 <정봉주 기자회견, 성추행 보도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는 누구?…누리꾼 신상털기 나서> 기사를 게재하고 서 기자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캡처해 올렸다. 서 기자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약한 모자이크를 사용해 사실상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 울산종합일보는 프레시안 소개글과 서어리 기자의 과거 수상 경력 등을 기사로 게재했고, 이뉴스투데이, 대전투데이, 일간리더스경제 등도 서 기자의 이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폭로한 기사의 내용이 적절하냐 아니냐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을 하는건 문제가 있다"면서 "기자들이 논란의 사실여부를 따져보는 걸 해야지, 논란의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가 어떤 사람이고, 뭘 했는지에 대해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기사 작성시 피해자의 노출을 피하고 가해자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라고 하는데, 이런 것은 한 술 더 떠서 기자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자가 범죄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취재 해서 기사를 쓴 것"이라면서 "잘못되고 안 되고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신상을 털면 기자들이 기사 쓸 때 위축되는 현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누군가 힘 있는 정치인에 대해 취재하고 기사를 썼을 때 공격을 당한다면, 위협효과가 된다. 언론의 자유나 취재에 대한 방해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봉 교수는 기자의 이름을 소재로 한 어뷰징에 대해 "어뷰징은 애초에 옳지 못한 행위지만, 어뷰징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호 받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런 식의 어뷰징은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요소라고 본다. 법에 명확하게 프라이버시 침해가 안 된다고 돼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윤리적으로도 상도덕으로도 큰 문제"라면서 "사건의 본질과 관계 있는 것을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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