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지부)가 "'삼성맨' 최남수가 어찌 '삼성 브로커'를 조사할 수 있느냐"며 류제웅 기획조정실장에 대한 최 사장의 노사공동 진상조사 제안을 비판했다.

최남수 YTN 사장은 지난 8일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취임 후 두 번째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는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를 삼성측에 넘겼다는 의혹이 불거진 류제웅 기조실장의 타워사업국 발령도 포함됐다.

YTN지부는 이번 발령에 대해 "'삼성 브로커'행위로 지탄받고 있는 류제웅 기조실장 때문에 (최 사장이)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지자 잠시 타워사업국으로 피신시켰다"고 보고 있다. 류 실장의 발령 날짜는 14일로 YTN 파업사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는 13일 정기이사회 다음날이며, 뉴스타파가 전한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제보자와 류 실장의 녹취록 내용만으로 상당부분 커넥션 정황이 드러났지만 사측이 징계가 아닌 진상조사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오는 13일 YTN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대주주인 한전KDN, 한국마사회, KGC인삼공사 등을 방문하여 최남수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호소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또한 YTN지부는 과거 최 사장이 MTN 보도본부장·사장 재임 시절 삼성을 옹호했던 방송과 칼럼을 작성했던 점을 들어 삼성과의 커넥션이 드러난 류 실장을 제대로 조사·징계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박진수 YTN지부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기 성향상 삼성을 옹호했던 최 사장이 같은 성향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거기에 자신과 공생관계에 있는 류제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총평했다.

"'삼성맨'이 '삼성브로커'를 어찌 조사할 수 있나"

YTN지부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남수 씨가 과거 삼성에서 2년 여 동안 일한 적이 있고, MTN 본부장과 사장 시절 삼성을 예찬하거나 두둔하는 방송을 하고 칼럼을 써온 사실들을 확인했다"며 "자신의 최측근인 류 실장과 삼성의 부적절한 거래를 조사하겠다는 최남수 씨도 삼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친삼성 언론인임을 입증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최남수 사장은 YTN 기자 출신으로 IMF 직후인 2001년과 MB정권 초기 언론장악 국면이던 2008년, 두 번에 걸쳐 YTN을 떠난 바 있다. 최 사장은 2001년 첫 번째 퇴사 이후 2003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2년여간 근무했다. 여기에 두 번째 퇴사 후 MTN(머니투데이방송) 보도본부장과 사장을 역임하며 방송과 칼럼을 통해 삼성을 옹호해왔다는게 YTN지부의 입장이다.

YTN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 사장은 2016년 MTN 사장 시절 당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독일 회사에 삼성이 35억 원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시기에 삼성의 성공전략에 대한 대담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은 2016년 11월 7일 방영됐고 검찰이 관련 의혹으로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한 직후인 9일 머니투데이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2016년 11월 7일자 머니투데이방송(MTN) '더 리더' 방송화면 갈무리

당시 최 사장은 MTN'더리더'라는 프로그램에서 '삼성웨이'라는 책을 저술한 송재용 서울대 교수를 초청해 삼성의 경영전략과 미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최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기이사로 책임경영의 길로 들어섰다. 이재용의 뉴웨이, 관심이 많이 모아지고 있다. 어떻게 달라져야 된다고 보는가?", "갤럭시노트7 발화 문제로 삼성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본질적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고 이런 위기를 어떻게 잘 극복해나가야 될까?"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삼성의 정유라 지원 의혹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해당 방송은 9일 MTN홈페이지에 게재됐다. 8일 검찰은 관련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한 상태였다. 검찰은 방송전인 6일에도 삼성이 최씨모녀가 소유한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의 전신)계좌에 280만유로를 분산 이체한 사실을 포착했다며 조사중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발표 후 타 언론이 삼성과 최씨모녀의 커넥션 의혹에 집중하고 있을 때 최 사장은 삼성의 경영전략을 설파하는 방송을 제작·편성한 셈이다.

YTN지부는 "모든 언론이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던 최순실과 삼성의 유착 의혹에 대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며 "의혹은 아예 모른 척하고 '이재용의 뉴웨이에 관심이 많이 모아지고' 있었다. 삼성에 대한 의혹이 어떻게 다른 언론에 도배되고 있든, 최남수는 삼성을 홍보하고 격려하는 데 힘썼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남수 사장은 삼성의 '갤럭시노트'발화사태에 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을 두둔하며 삼성을 옹호하는 칼럼을 썼다. 최 사장은 2016년 10월 28일 '이재용의 선언은?'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태가 일어나자 삼성의 속도경영을 문제 삼는 시각이 있다. 문제의 일면만을 보는 좁은 시선"이라며 "'관리의 삼성'은 약점이 아닌 강점이다. 여기에 삼성 특유의 스타트업 문화를 접목하면 되는 것이다. 최근 리콜사태가 삼성을 강한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새 출발점이 되면 되는 것"이라고 서술했다.

당시는 '갤럭시노트7'발화사태가 결국 단종으로 이어지며 그동안 삼성의 강점으로 여겨져온 스피드 경영과 수직적 계열화를 통한 계열사 간 협업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던 시점이다. 또한 삼성이 리콜 후 교환제품에서 다시 발생한 발화신고에 대해 '블랙컨슈머의 허위신고'로 몰아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삼성의 위기관리 방식에 많은 비판이 일었었다.

YTN지부는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동영상 제보를 삼성에 넘긴 YTN 류제웅 기획조정실장의 행위가 공분을 사고 있지만, YTN의 부적격 사장 최남수는 오히려 류제웅 실장을 보호하는 모양새"라며 "즉각 대국민 사과와 함께 류 실장에 대한 강력한 징계 등의 조치를 해도 모자랄 판에‘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거취가 논의될 수도 있는 3월 13일 이사회까지 류 실장을 핵심 요직에 그대로 놔둘 계획임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YTN지부는 " 진상조사? ‘삼성맨’으로 일했고, 방송과 칼럼작성도 ‘삼성맨’처럼 해왔던 인물이, 자신과 한배를 탄 류 실장과 삼성의 뒷거래를 조사하겠단다. 어느 누가 그 조사를 신뢰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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