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길환영 전 KBS 사장과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영입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들의 영입 이유로 "현 정권의 언론탄압 (피해) 당사자"라고 주장하며, 이들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언론탄압의 피해자로 내세운다고 한다.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핵심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아나운서의 영입을 추진해 왔다"면서 "내일(9일) 이들의 입당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환영 전 사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박찬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천안 갑 재선거에, 배현진 아나운서는 역시 같은 이유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송파 을 재선거에 '전략공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보도에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현 정권 언론탄압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현 정권의 언론장악·탄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묻는 차원에서 이들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내세우는 '테마 공천'을 현재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언론탄압'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길환영 전 사장은 지난 'KBS 보도통제'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다. 지난 2016년 9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 청문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보도통제 의혹과 관련해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이 5월 5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을 불렀다"면서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를 했는데, 그 이유가 이정현과 제가 통화 했을 때와 같았다. 그래서 알아차렸다"고 밝혔다.
김시곤 전 국장은 "다른 사장은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보도본부 간부들 서로가 황당해서 얼굴만 서로 쳐다보면서 아무말 못하는 그런 상황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보도국장은 길환영 전 사장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고 하면 길 사장은 말을 잘 들어줬다"고 덧붙였다.
길환영 전 사장은 김시곤 전 국장에게 사표를 내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이 저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면서 '청와대에서 김시곤 사표를 받으라고 했을 때 그거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눈물로 호소했다"면서 "청와대에서 사장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국장에게 전화에서 이러는 건 명백한 압력"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길환영 전 사장은 보도통제 의혹 확산 등으로 KBS이사회로부터 해임당했다. 길 전 사장이 해임되던 2014년 6월 당시 KBS이사회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사가 7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길 전 사장의 해임안은 7대4로 가결됐다.
길환영 전 사장의 자유한국당 입당 소식과 관련해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길환영 전 사장은 청와대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뉴스와 온갖 프로그램에 개입하면서 방송법을 위반하고 제작의 자율성과 보도의 독립성,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침해한 당사자"라면서 "언론탄압의 피해자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피해자라는 논리라면 오히려 박근혜 정권이 탄압한 것"이라면서 "이 정도면 거의 가짜뉴스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공당이란 곳이 KBS와 관련된 입장을 내면 과장되고, 잘못돼있고, 팩트 틀리고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언론탄압의 가해자를 현 정부 피해자로 둔갑하는 뻔뻔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황당하다"고 밝혔다.
성재호 본부장은 "KBS 사장을 하고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사람은 없다"면서 "최소한 제가 다닌 20여년 동안 KBS 사장이 정치하겠다고 KBS에 먹칠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아무리 중간에 쫓겨났다지만 대한민국 최대 공영방송사 KBS 사장의 무게가 있다"면서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유한국당의 언론관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길환영 전 사장의 경우 세월호 청문회, 이정현 보도개입 사건에서도 직접 지시하는 등의 잘못이 명명백백하게 증거가 있다"면서 "KBS를 친정부 성향으로 타락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길 전 사장을 언론탄압의 피해자로 내세운 것은 자유한국당이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배현진 아나운서도 특별히 주도적으로 무엇을 한 건 아니지만 김재철, 김장겸 시절 MBC, 소위 친정부적 성향의 정권 홍보방송을 앞장섰던 사장 밑에서 앵커를 했던 사람"이라면서 "언론의 자유, 언론의 감시기능 등을 지키려는 노조의 파업에 반대해 복귀한 사람을 영입해 공천을 주겠다는 건 자유한국당이 언론의 기능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