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현행 저작권법이 창작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창작 노동을 착취하는 것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방송사가 독립 PD들의 저작권과 협찬금을 빼앗아 이들의 제작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창작노동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의 과제’ 토론회(미디어스)

노웅래, 조배숙 의원 주최로 ‘창작노동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의 과제’ 토론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상정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사무처장 ▲남희섭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 ▲한경수 독립PD협회 PD▲이종일 EBS 조직법무부 부장 ▲공형식 문체부 문화예술정책과 과장 등이 참여했다.

노웅래 의원은 환영사에서 “창작자 다수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작권 정보가 없는 젊은 계약자들이 2차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애니메이션 ‘구름빵’은 4,4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냈지만, 원작자인 백희나 씨에게 지급된 저작권료는 불과 850만 원”이라며 “출판사가 작가로부터 저작권을 모두 양도받는 매절 계약 때문에 ‘구름빵’의 상업적 성공은 출판사가 독차지하고 창작자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 계약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기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단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창작자 상당수가 저작물 시장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미디어스)

발제자로 참여한 남희섭 이사도 같은 지적을 했다. 남 이사는 “저작권 계약에서 협상력 문제로 불공정 계약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계약을 원칙으로 하는데 실제로는 창작자가 저작물 다 빼앗기고 착취당하는 구조”라며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 박환성 PD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체결한 계약에 이 같은 구조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남 이사는 “고 박환성 PD와 EBS의 계약에선 방송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모두 EBS가 갖도록 했다”며 “심지어 방송사들은 방송 제작에 사용된 소품이나 음악에 대한 저작권까지 모두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SBS, MBC, KBS, TV조선, MBN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 이사는 “SBS는 외주제작사가 전체 제작비용 1억 원을 협찬으로 받은 경우에도 송출료 명목으로 2천 2백만 원을 가져가고 저작권을 양도받았다”고 전했다. KBS와 TV조선도 제작비 일부를 지급하고 저작재산권을 자사에 귀속시켰다.

이들은 협찬금을 갈취하기도 했다. 남 이사는 “KBS, MBC, MBN, SBS, JTBC는 협찬금을 40%에서 많게는 90%까지 가져갔다”고 밝혔다. 특히 SBS는 아침 프로그램 외주제작사의 협찬금 90%를 가져갔다. JTBC의 경우 외주제작사에 협찬을 강요하고 제작사가 협찬을 유치한 경우 방송사가 70%까지 가져가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사가 협찬을 유치한 경우 외주제작사에는 배분이 없었다. 남 이사는 “창작자를 보호해야 할 저작권 계약이 모든 권리를 다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작노동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의 과제’ 토론회(미디어스)

한경수 독립PD협회 PD는 외주제작사와 방송국의 관계가 수직적인 갑을관계라고 지적했다. 한경수 PD는 “방송사 프로그램 중 외주제작은 절반 정도”라며 “대부분 자체 제작인 뉴스와 스포츠 중계를 뺀다면 시청자들이 보는 프로그램의 70% 이상이 외주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모든 지적 재산권은 방송사가 가져간다. 독립제작자라는 신분은 을이기 때문에 반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경수 PD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 당시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한경수 PD는 “당시 한국 방송사와 계약하지 않았다. 2차 저작권을 빼앗기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해외 방송사와 일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방송사 계약 과정에는 저작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만든 사람이 저작권자인 게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수 PD는 “프랑스 방송사와 일을 할 땐,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따른다’는 문장만 있었다”고 말했다. 한경수 PD는 “창작자가 저작권을 가지는 것은 선진국에서 상식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저작권법이 원래 입법 취지대로 창작자를 보호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로어에서도 독립 PD들의 규탄이 쏟아졌다. 독립PD협회 최호영 PD는 “저작권법의 역할과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호영 PD는 “2010년부터 해외 방송사와 거래 하는데 5년간 7억 원 정도의 제작비를 벌었다. 국내 방송사에선 불가능한 제작비”라고 밝혔다. 이어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가 나오려면 사전 투자가 있어야 한다. 제작사가 가지고 올 이윤을 제작비에 소진해야 하기에 해외 방송사는 많은 돈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기 독립PD협회 위원장도 같은 지적을 했다. 최영기 위원장은 “저작권이나 처우 이야기를 할 때 방송사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말만 한다”며 “그럴 때일수록 저작권을 창작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기 위원장은 “영국 BBC는 2003년 저작권을 제작자에게 돌려주니 콘텐츠 판매 수익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창작 노동은 젊은이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 분야다. 저작권을 보호해 줘 이들이 지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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