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류제웅 YTN 기조실장이 2015년 사회부장 시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제보를 일선 기자들 몰래 삼성측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지부)는 "어떻게 이런 일까지 저질렀는가. 중간에서 '거간꾼'노릇을 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류 실장에 대한 해고를 촉구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4일 '뉴스타파'의 <YTN 간부, 이건희 동영상 제보 삼성에 '토스'> 보도에 따르면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은 2015년 사회부장 시절 이건희 회장 성매매 관련 영상 제보를 일선 기자들 몰래 삼성측에 알리고, 삼성측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들에게 안내한 정황이 드러났다.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2015년 8월 27일 오후 10시, 제보자는 YTN측에 5억 원의 제보비용을 요구하며 관련 영상의 일부를 취재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취재 기자들은 다음날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류제웅 실장에게 해당 제보를 보고했고, 류 실장은 "당분간 기밀을 유지하라"고 기자들에게 지시했다. 이후 류 실장은 제보자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삼성에 가보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한 뒤 삼성 측에 제보 내용을 넘기고 삼성측 연락처를 제보자에게 안내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타파 3월 4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는 "녹취에 따르면 YTN 사회부장은 처음에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동영상 파일을 대가없이 공익제보하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제보자가 이를 거절하자 그렇다면 삼성에 가보라고 먼저 제안을 했다"며 "제보자가 삼성의 누구와 연락하냐고 묻자 이번에는 삼성에 제보사실을 알린 뒤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류제웅 실장은 제보를 받은 일선 기자들에게 통상 '캡'이라 불리는 시경출입기자에게도 제보 사실을 숨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 사회부의 공식적인 취재는 '캡'을 거쳐 이뤄지는데 이를 막아가며 제보자와 직접 접촉했다는 것이다.

YTN 취재기자들은 제보자와 류제웅 실장 간 접촉 사실을 모르고 영상을 입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뉴스타파는 "취재기자들은 제보자와 면담 약속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제보자가 있다는 대구로 자비 출장을 갈 예정이었는데, 출발 2시간 전 갑자기 제보자와 연락이 끊어졌다"며 "제보자는 사회부장과의 통화에서 '취재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 전화를 안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YTN지부는 5일 성명을 내어 류제웅 실장 해고를 촉구하고 사건과 관련한 증언과 자료를 모아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YTN지부는 "어떻게 이런 일까지 저질렀는가"라며 "당시 동영상 제보자와 류제웅 실장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과연 언론사 사회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지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YTN지부는 "국내 최대 재벌 회장의 성매매와 이에 대한 동영상 협박 사실을 알게 된 YTN 사회부장이 중간에서 '거간꾼' 노릇을 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을 짓밟고 YTN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류제웅 실장은 즉각 해고돼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또 YTN지부는 "이번 류제웅 실장의 삼성 제보 농단과 관련된 자료와 증언을 샅샅이 수집해 조만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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