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낚시를 소재로 한 채널A 예능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도시어부'에서 물고기가 올라오는 장면을 '탁 치니 억 하고'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탁 치니 억 하고'는 1987년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고 박종철씨의 사망원인을 두고 기자간담회장에서 밝힌 입장이다. 1987년 고 박종철씨의 사망원인이 고문이었음을 세상에 밝힌 동아일보의 자회사 채널A가 2018년 이를 희화화 한 것으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채널A '도시어부' 제작진은 지난달 18일 방송분에서 벵에돔이 낚시대에 걸려 올라오는 장면에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도시어부> 1월 18일자 방송화면 캡처

이에 대해 '도시어부'시청자 게시판에는 '자막 제정신으로 달았어요?','탁치니 억 하고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인지하고 계신 건가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사악하다', '자막 보는 순간 고 박종철 열사가 생각났다', '일베의 소행이 아닐런지', '방통위에 신고 넣고 재승인 안 하는게 국민 정신건강에 이롭겠다'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나만 믿고 따라와-도시어부> 1월 18일자 방송에 대한 누리꾼 반응 (트위터 캡쳐)

'탁 치니 억 하고'는 1987년 1월 16일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고 박종철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한 문구다. 당시 경찰은 고 박종철 씨의 사인이 '심장마비'라는 입장을 내놨다. 채널A의 모회사인 동아일보는 그 당시 박종철 씨의 사망 원인이 '고문'임을 밝혀내 특종보도했다. 이 보도는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지난해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 개봉소식이 알려지자 동아일보, 채널A, 신동아 등 동아일보 계열사는 1987년 동아일보의 특종보도를 재조명 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동아일보의 2017년 12월 14일자 <'물고문'진실 파헤친 동아의 기자정신, 역사를 바꾸다> 기사에서 "영화 '1987'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팩트를 촘촘하게 엮어 나간다"며 "특히 당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당국에 맞서 집요하고도 용기 있게 진실을 캐냈던 동아일보 기자들의 노력이 영화속에서 조명됐다"고 했다.

<'물고문’ 진실 파헤친 동아의 기자정신, 역사를 바꾸다> 동아일보 2017년 12월 14일. 종합 02면

이어 "당시 주요 신문들이 정권의 보도지침 탓에 '쇼크사' 수준의 보도만 하며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동아일보가 고문치사로 뒤집는 특종을 한 것"이라며 "동아일보는 당시 정권의 '보도지침'을 무시했다. 1월 19일자에서는 전체 12면 중 6개 면을 박종철 사건 기사로 뒤덮으면서 당국의 보도지침을 일거에 깨부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채널A의 '뉴스A' <6월 항쟁 열기가 스크린으로…'1987'개봉 임박>에서도 "영화는 허구 대신 실제 역사적 사실을 촘촘히 엮어간다. 특히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권에 맞서 박종철의 죽음이 물고문에 의한 것임을 밝혀낸 당시 동아일보의 연이은 특종이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다뤄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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