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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작 '염력'은 어쩌다 흥행 참패를 받아들었을까

기사승인 2018.02.17  18: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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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와] 나루세의 不老句

올해 한국 영화 라인업에서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염력'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설 연휴에 맞춰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이변(?)이 발생하였다. 개봉 첫주 '염력'은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내려왔고 개봉한 지 보름도 채 안 된 지금은 사실상 간판을 철수하기 직전에 다다랐다.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정유미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에 '부산행'으로 천만영화 감독 대열에 올라선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염력'은 손익분기점 정도는 순탄하게 찍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재 흥행추이를 볼 때 전국 100만조차 기록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화 <염력> 포스터

도대체 영화 '염력'이 이처럼 예기치 못한 참패를 기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개봉 당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연상호 감독은 영화 속에 B급 영화 정서를 담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B급 영화 정서는 흥행대박보다는 마니아 층 양산이라는 결과에 더 가깝다. 그런데 제작비 100억 원 가량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B급 영화 정서를 담았다는 점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물론 전작 '부산행'도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먼 좀비를 영화의 메인 소재로 다루었고 결과는 모든 이의 예상을 뛰어넘은 대박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연상호 감독의 기지와 역량을 믿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영화 '염력'의 유머코드는 강도가 덜했다. 한국 영화 중 B급 정서를 가장 잘 녹여낸 수작들로 꼽힐만한 '공공의 적', '차우', '시실리 2km' 등의 영화처럼 자지러지게 웃을 만한 장면이 거의 전무하다. 예기치 않게 초능력을 얻게 된 류승룡의 혼신적인 어리벙벙한 캐릭터 연출은 찬사 받을 만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빵 터지게 웃을 만한 장면의 부재로 인해 영화는 그다지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주인공의 주변 등장인물들 (박정민, 김민재 등)도 이렇다 할 웃음코드를 선사하지 못하는데, 배우들의 연기력 부재라기보다는 전반적인 극의 구성이나 짜임새의 허술함에서 비롯되는 문제였다. 그나마 악역인 홍상무로 등장하는 정유미의 연기가 독특함을 선사하지만 그의 연기도 일회성 흥미를 제공할 뿐 영화에 전반적인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한다.

영화 <염력> 스틸 이미지

많은 관객들이 문제 삼는 CG 특수효과 부분은 완성도가 허술하다기보다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초능력을 통한 카타르시스가 시원하게 전달되지 못하다 보니 보는 이의 입장에선 오히려 답답함이 배가되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염력'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거나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해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인지시키고 싶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의도를 꼭 블록버스터의 양식으로 드러내야 했을지에는 의문이 따른다. 일반적인 관객들의 기호는 초능력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에서는 근본적으로 현실과 거리를 둔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함에 더 큰 목적과 의의를 둔다.

DC코믹스의 걸작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과 악마 본능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드러낸다. 영화 '염력'은 처음부터 누구나 봐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회 이슈를 너무 가볍게 드러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표현 방식도 대놓고 B급 표현도 아닌 그렇다고 사회고발 프로그램 모드도 아닌 어중간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관객들의 몰입을 스스로 저해하는 '우'를 범한다.

영화 <염력> 스틸 이미지

차라리 초능력의 권한을 주인공 석현(류승룡)이 아닌 이상한 물체가 들어간 약수물을 마신 모든 이들에게 부여했다면 오히려 더 흥미진진한 스토리 가지들을 펼칠 수 있었을 텐데 석현에게만 염력이 부여된 개연성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루미(심은경)의 어머니이자 석현의 아내의 한을 대신 풀어줄 수 있도록 부여된 恨의 응축덩어리 염력이라 할 수 있는데, 석현은 자신의 딸과 아내의 한을 제대로 풀어주지도 못한 채 스스로 염력 사용을 접고 만다.

애당초 영화 홍보 방향은 스트레스 한껏 날려줄 블록버스터로 포장했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마음 무겁게 하는 소재와 화끈하지도 못한 결말과 스토리 전개가 흥행전선에 역효과를 가져온 영화 '염력'은 영화가 가진 완성도에 비해 더 많은 비난과 흥행 참패를 감수해야만 했다. 혹자들은 지난해 한국영화 최악의 망작으로 꼽히는 영화 '리얼' (김수현 주연)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로 혹평을 받을 영화는 아니었다. 

가진 것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필요 이상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염력'의 실패 사례는 앞으로 개봉할 영화 마케팅에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나루세 yhjmania@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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