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KT가 국회의원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한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KT는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임원들의 명의로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KT새노조는 황창규 KT회장을 향해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황창규 KT 회장. (연합뉴스)

30일 MBC 보도에 따르면 KT는 임원들의 명의를 이용해 회삿돈으로 여야 의원들에게 불법정치후원금을 보냈다. KT계열사가 접대비 등의 합법적인 명목으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이를 다시 현금으로 바꿔 본사에 보낸 후 임원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었다. 이를 위해 KT는 사장급 이하 임원 40여 명을 동원했으며, 이 가운데 사장급, 전무급, 부사장급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불법정치자금 제공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MBC 보도에서 KT관계자는 "여야 다 했다. 여야 구분은 의미가 없었고, 해당 상임위가 중요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불법정치자금 제공 명단에 등장한 KT 임원들은 "그건 KT 쪽에 물어보라. 제가 얘기할 게 아닌 것 같다", "얘기하기가 좀 어렵다. 일단 홍보실에다 얘기를 좀 해달라"고 해명을 KT로 돌렸다.

KT가 국회의원들에게 후원을 한 이유 중 하나는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무마하기 위한 것도 확인됐다. KT관계자는 "첫 번째 미션은 CEO, 그러니까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안되도록 하라는 거 하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KT새노조는 "시점으로 보나, 회삿돈을 쪼개서 개인 후원금처럼 위장한 방식으로 보나, 황창규 회장 개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권력층에게 은밀하게 회사의 조직과 자금을 제공한 악질 범죄"라면서 "이미 황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부정적인 언론보도를 막기 위해 회사 홍보비를 개인의 지위 유지에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된 바도 있다"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황창규 회장 스스로 강조하듯 KT는 국민기업"이라면서 "5G와 4차 산업혁명으로 포장한다고 해서 KT가 국민들로부터 국민기업으로 인정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황창규 회장은 국정농단에 깊숙이 관여한 것만으로도 국민기업의 수장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면서 "그 와중에 경찰 수사로 '상품권깡'으로 회사 공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로비를 하는 지경까지 사실로 확인된 이상, 이제 어떤 국민도 황창규 회장의 KT를 국민기업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KT새노조는 "이쯤 되면 황창규 회장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5만 명에 달하는 KT그룹 구성원에게 모든 리스크를 떠넘기면서 무작정 버텨봐야 국민여론이 호전될 리 없다.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의 통신비로 번 회삿돈을 회장 개인의 신변과 이미지 홍보를 위해 쓴다고 무마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KT구성원들의 지배적 여론이 '황 회장이 개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몸부림치면 칠수록 국민기업 KT의 이미지는 실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황 회장 스스로 사퇴의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연말 맹수호 KT CR총괄 사장이 물러났다. KT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상품권깡 불법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한 '꼬리자르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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