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상품권 갑질’ 논란에 대해 SBS의 공식 성명이 나왔다. SBS는 “용역 대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사례와 규모를 조사 중”이라고 알리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BS, MBC, SBS, CJ E&M 사옥 (KBS/한겨레/CJ E&M)

‘상품권 갑질’ 논란은 [한겨레21]의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 받아라?’ 보도로 시작됐다. 기사에 따르면 SBS는 20년 차 프리랜서 촬영감독의 임금을 6개월 체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체불 임금 900만원을 백화점 상품권으로 제공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도 이후였다. SBS는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의 후속보도에 따르면 해당 PD는 자신의 스태프였던 촬영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감독님이 (방송갑질 119 채팅방에) 올린 거 맞죠?”라며 제보 사실을 추궁했다. 이어 “(상품권 페이)CP에게 사인 받아 처리하는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뿐 아니라 다른 팀도 그렇게 받고 있다”며 ‘상품권 페이’가 방송계 전체에서 횡행하는 악습임을 인정했다.

<한겨레21>의 기사가 나가기 전 SBS 쪽은 변명으로 일관했다. SBS는 기사가 나가기 전인 5일 <한겨레21>의 ‘상품권 페이가 사실이냐’라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임금은 상품권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문제가 된 방송도 현금이 정상적으로 집행됐다”고 해명했다. 해당 PD가 촬영감독에 전화를 걸었던 사실에 대해선 “압박이 아니라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권 페이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기사가 나가니 입장을 크게 바꾼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0일 논평을 통해 “SBS는 광범위하게 벌어진 ‘상품권 페이’에 대한 관련자들을 포함한 진상조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 제보자에게 사과하고 향후 부당한 처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런 관행들은 SBS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문제가 드러난 지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언론사의 악습들은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계 ‘갑질’을 고발하는 오픈 채팅방 ‘방송계갑질 119’에선 구체적인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한 참여자는 “2016년 KBS의 한 미니시리즈에 참여했는데 임금 미지급 사태가 났다. 변호사 선임해서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아직까지 임금의 절반을 받지 못했다”고 제보했다. 또한 MBC를 비롯한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갑질 사례가 있었다는 고발이 쏟아지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최진봉 교수는 “시청자들의 이목은 프로그램 자체에 있지 그 뒤에서 수고하는 방송 종사자에 큰 관심이 없었다”며 “이번 <한겨레21>의 보도를 통해 이슈화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언론사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나 방송사가 이 같은 일을 보도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노동부나 문화관광부, 방통위 같은 관련 부처들도 의지를 가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뀌고 방송 경영진이 바뀌었다. 서로 ‘적폐청산’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상품권 페이’ 같은 악습은 여전히 방송사에 남아 있었다. 방송사들이 ‘진짜’ 적폐와 악습을 청산할 수 있을까. SBS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방송계갑질 119'에선 "당사자의 사과도 없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없다"며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SBS가 '정상'으로 변할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눈이 ‘방송 갑질’에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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