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새해 시작부터 황창규 KT 회장이 퇴진 요구에 휩싸였다. 지난 2016년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금 출연 논란에 휩싸였던 KT는 지난해에는 노조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황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황창규 KT회장.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T 임원들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KT 임원들은 '카드깡'을 통해 현금을 마련한 후 이를 국회 미방위원들에게 기부금 형식으로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제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홍보·대관 업무 담당 KT 임원들을 수사하고 있으며, 약 7~8명의 임원들이 용의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KT 임직원들을 불러 불법 정치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전달 시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KT가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에 대해서도 대가성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KT가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납부한 자료 수년치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검찰은 KT가 e스포츠협회 행사 스폰서를 맡는 등의 형식으로 제공한 후원금의 경위, 자금집행내역 등을 살피고 있다. 검찰은 향후 관계자 소환, 자료 분석 등을 통해 KT 후원금이 회사의 로비를 위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KT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루돼 있다. 당시 박근혜 게이트의 시발점이었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기부금 출연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일었던 바 있다. 여기 KT도 이름을 올렸다.

KT는 미르재단에 11억 원, K스포츠재단에 7억 원의 후원금을 출연했는데, 미르재단 후원금 출연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 없이 이를 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KT 이사회 규정 제8조 14항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의 출연 또는 기부는 반드시 이사회를 개최해 결의해야 한다.

그러나 KT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후원금 출연에 대한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한 시기는 2015년 12월 10일인데, KT가 미르재단에 후원금 출연을 결정한 시기는 2015년 10월 26일이다. 이미 결정을 해놓고 이사회 의결이 이뤄진 셈이다. 당시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이 미르재단에 후원금을 출연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황창규 회장이 이 같은 지시하고 임의교부를 결정했다면 이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므로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 가능하다.

지난해 2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KT 사장단 인사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최 씨는 측근인 김성현 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을 통해 김준교 전 중앙대 부총장을 KT스포츠단 사장에 추천했다. KT는 지난 2015년에도 최순실 씨의 측근인 차은택 씨 등이 추천한 이동수 씨와 신혜성 씨를 임원으로 채용한 바 있다.

당시 최순실 씨는 김성현 전 부총장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챙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2016년 2월 조카 장시호 씨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명의로 'KT 알파인스키 실업팀 창단 기획안'이 포함된 'KT 스키 창단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이는 더블루K의 용역제안서와 함께 종이봉투에 담아 "VIP(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계획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쳐 황창규 회장에게 전달됐다. 황 회장은 박 대통령이 봉투를 전달하며 "검토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KT는 지난해에는 KT노조 13대 임원선거를 앞두고 황창규 회장이 노조위원장 후보를 정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당시 KT민주화연대는 KT의 한 지역본부 노사협력팀 직원이 "회장님 오더까지 다 받았다"면서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처럼 KT를 둘러싼 의혹은 권력형 비리부터 노조탄압까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참여연대, KT민주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KT를 권력형 비리로 내모는 황창규 회장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