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29명의 희생자 앞에 먼저 깊은 조의를 표한다. 특히 입구에서 가장 가까워 희생자가 적게 나왔어야 할 2층 여탕에서 가장 많은 희생이 발생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때문에 유가족들이 2층 유리창을 깨지 않았다는 사실을 원망하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2층 창문을 깨 구조를 하기 전에 1층 대형 가스통 주변의 화재를 진압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를 곧 재난의 원인으로 책임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서가 현장에 도착한 때 2층의 상황을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또한, 불과 몇 분 사이에 불길이 건물 전체를 집어삼킨 것을 감안한다면 대형 가스통을 방치한 채 구조 및 건물 화재 진압에만 돌입했다가 만에 하나 가스통에 폭발이라도 일어났다면 재난의 규모는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물론 두 가지 상황을 동시에 하는 것이 가장 좋았을 것이며, 그것이 또한 소방서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소방의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재 이후 한 커뮤니티에 소방대원이 글을 하나 올렸다. 그 글에는 일반 시민들은 잘 몰랐던 소방공무원 부족에 대한 심각한 현실이 담겨 있었다.

특별시나 광역시 소속과 달리 도 소속 소방본부에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펌프차에 최소 3,4명의 경방대원이 탑승해야 하지만 도 소속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고 1명만 탄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경방요원 없이 기관요원(운전담당)만 타는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자신이 속한 소방본부에 차는 13대인데 인원은 10명뿐이라는 현실을 통해 소방관 부족을 호소했다.

22일 새벽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소방대원들이 몸을 녹이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대형재난이 그렇듯이 이번에도 여러 가지 인재적 상황이 피해를 키웠다. 우선 356개의 스프링클러는 급수관이 잠겨 있었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밖에도 속속 알려지는 인재의 근거들 역시 말하는 것은 한 가지다. 태만이다. 설마 불이 나겠냐는 안일한 생각에 비상구에 물품들을 쌓아두었을 것이며, 그런 이유로 소방공무원 증원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말한 대로 불은 실제로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소방요원들은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불이 나자 소방관이 부족한 현실은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국민의당에게 이번 재난의 책임을 지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방공무원 증원에 반대한 국민의당 또한 이번 재난에 대해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당의 지지도가 왜 바닥을 헤매는지도 고민 좀 하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2일 오후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22일 제천 화재 현장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정부 비판의 일성을 내뱉었다. 정치인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국민의당 대표가 할 말은 아니었다. 안 대표는 또 “책임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고치는 게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 발언이 진심이라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부터 꾸짖어야 할 것이다.

제천 화재의 희생은 너무도 크고 참혹했다. 재난이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후회와 반성은 이제 지겨울 지경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소방관 증원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도시나 그 이하의 소규모 행정단위의 화재나 재난 시에 소방인력이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국가직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안전에는 당연히 비용이 들기 마련이고, 그 비용을 쓰기에 주저한다면 우리는 끝내 안전해질 수 없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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