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분야에서 ‘3대 기획사’하면 1위는 SM, 2위는 YG, 3위는 JYP로 통하는 것이 업계의 정석이다. 하지만 현재 2위인 YG, 3위인 JYP의 시가총액 차이가 두 달 사이에 급격하게 줄어드는 특이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때문에 YG가 업계 2위 자리를 JYP에게 내줄까 하는 것이 초유의 관심사가 됐다.

12월 15일 종가기준으로 YG엔터테인먼트는 시총 5,392억 원, JYP엔터테인먼트는 시총 4,561억 원을 기록 중이다. 수치 대비로만 보면 YG가 JYP에 비해 831억 원 앞서는 수치로, 2위를 JYP에게 뺏긴다는 건 호들갑 떠는 게 아닌가 싶은 반응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치를 JYP의 트와이스가 신곡을 내놓기 전의 YG와 JYP의 시가총액 차이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와이스의 ‘Likey'를 발표하기 전 YG와 JYP의 시총 차이는 지금과 같은 800억 원대가 아니다. 1300억 원대의 차이가 있었다.

트와이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JYP가 트와이스의 ’Likey'와 “Heart Shaker'를 쌍끌이 흥행에 성공시키면서 JYP는 시총 기준으로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무려 500억 원 가량이나 2위에 추격하는 데 성공한다(‘Likey'는 10월 30일 발매됐다). 걸그룹 하나가 기획사 전체의 시가총액을 이렇게나 끌어올린 사례는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희귀한 사례이다.

과연 YG는 이대로 JYP에게 시총 2위 자리를 추격당하고만 있을까. JYP에 악재가 있다면 JYP의 최대 매출 공신 중 하나인 2PM이 내년에 군대를 가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악재를 YG에 적용하면, YG의 최대 매출 공신인 빅뱅 역시 내년에 입대할 예정이란 점이다. 두 기획사의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팀이 동시에 입대하는 셈이다.

JYP가 트와이스로 열일 하는 동안 YG라고 마냥 휴업 중인 것만은 아니었다. <믹스나인>을 통해 YG의 입지를 다지고자 노력했지만 저조한 시청률은 이런 YG의 노력에 힘을 빼고 만다. 더군다나 지난주에는 자이언티의 히트곡 ‘양화대교’를 만들고, YG 산하 더블랙레이블에 소속된 래퍼 쿠시가 코카인을 구매해 흡입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빅뱅도 군대 가는 마당에 YG가 업계 2위 자리를 JYP에게 내주지 않길 바란다면 당장 내년 1월에 컴백하는 아이콘 및 블랙핑크 등 향후 YG 소속 가수들이 매출에 큰 기여를 해야 한다.

블랙핑크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소속 기획사 가수가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컴백을 앞둔 후배 가수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나 다름없는데, 지금 쿠시가 컴백을 앞둔 아이콘과 블랙핑크에게 찬물을 끼얹고 만 셈이다.

온라인상에서 YG를 비하할 때엔 한 단어로 압축해서 표현한다. ‘약국’이라고. 타 기획사에 비해 유독 마약류와 관련된 물의로 YG 팬들을 실망시킨 선례가 여럿 되기에 네티즌들이 ‘약국’이라고 비하하는 거다.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출이 중요하다. 가수는 이미지를 먹고 산다. 더불어 잠재적으로는 기획사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굿즈와 CD 구매, 콘서트 관람과 같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획사의 이미지도 깨끗할 때에야 매출의 동반 상승이 가능하다.

쿠시 (사진=쿠시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이미 탑과 지드래곤, 박봄의 물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YG 팬은 물론이고 대중 역시 YG가 더 이상 마약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걸 바라지 않는다. YG는 탑에 이어 쿠시까지 올해 들어 연달아 팬을 실망시키고 있다. 빅뱅이 군대 간 후 빅뱅의 후배 가수들이 열일하기 위해서는 ‘약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각기 다른 기획사의 상품이 있다고 치자. 둘 다 실력은 좋지만 하나는 이미지가 깨끗하고, 다른 하나는 자주 구설수에 오르내린다면 팬이 아닌 소비자는 후자보다 전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소속 가수의 실력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제는 실력과 함께 가수와 기획사의 ‘이미지’도 대중과 팬이 중요시하고 있음을 YG는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의 타격을 입기 전에 YG는 이미지를 ‘깨끗하게’ 쇄신하는 게 중요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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