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투수였던 제혁은 오른손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오른손잡이였지만 좌완이 우대 받는 야구 환경에서 지호 아버지이자 은사가 제안했던 변화는 제혁에게 기회가 되었다. 억울하게 살인자 누명을 쓴 유 대위에게는 희망이 보였다. 가장이란 이름으로 스스로 짐을 짊어진 고박사는 더 큰 짐 앞에서 힘겹기만 하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츤데레 팽부장의 따뜻함, 경험으로 체득한 제혁의 위로, 모두를 울렸다

고 과장은 인정받고 싶었다. 지방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입사한 그는 스스로 만족했다.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카이 출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신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고 과장은 좋은 먹잇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단호해야 했지만 고 과장을 인정한다는 말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순응해야 했다. 그리고 스스로 이런 선택이 잘한 것이라 위로해야 했다.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도 속마음을 숨긴 채 당당함을 보이고 싶은 고박사는 외롭고 위태롭고 약한 아버지일 뿐이었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

세 배나 많은 월급이 갑자기 입금된 사실을 알고 고박사는 불안했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어렵게 받은 편지에는 다른 범죄 사실까지 모두 떠안으라는 요구가 존재했다. 한번 발목 잡힌 고박사에게 이 지독한 굴레는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보일 뿐이다.

지독한 마음고생은 결석으로 찾아왔다. 미련하게도 남의 사정을 먼저 생각하며 지독한 아픔을 참아내는 고박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존심과 자존감 사이에서 길을 잃은 채 혼자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 고박사는 과연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 될 정도다.

바보처럼 참기만 하던 고박사로 하여금 외래 진료를 받도록 챙기고, 그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챙겨주면서 자신은 컵라면으로 해결하는 팽부장의 모습은 뭉클했다. 외모와 말투가 모두 거칠지만 그에게는 따뜻한 가슴이 있었으니 말이다. 살가운 말을 건네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상대에 대한 배려로 위로를 건네는 팽부장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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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웃고 긍정적인 목공반 민성은 가석방으로 나갈 날을 고대하고 있다. 여동생이 결혼식까지 미룬 채 자신의 가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공시생으로 열심히 살아온 민성은 정말 죽을 만큼 고생했다. 가진 것 없고 물려받은 것 없는 그가 여동생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며 일하고 공부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지독할 정도로 노력하던 민성은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공사 현장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공부하던 민성은 술에 취한 사장이 급하게 지갑을 가지고 오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차도 끊긴 상황에서 트럭이라도 몰고 오라는 사장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트럭을 몰고 가던 민성은 무단으로 길을 건너던 취객을 치고 말았다. 모든 것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이 상황에서 민성을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은 사장의 행동이었다. 자신이 요구했음에도 적반하장으로 나온 사장의 행동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 차라는 점에서 보험을 들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은 사장으로 인해 민성은 합의도 보지 못한 채 죄인이 되고 말았다.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의 모습을 민성은 모두 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던 민성은 오직 가석방만 보고 참아왔다.

깐깐한 원칙주의자인 나 과장은 수양점수 1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김민성의 가석방 심사를 할 수 없다고 막았다. 충분히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나 과장은 범죄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거나 봐줄 이유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모든 조건들을 조금만 살펴봐도 충분한 상황임에도 나 과장은 이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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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에게 가석방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여동생의 결혼을 축하하고, 쉽지 않겠지만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사냐... 여기서 어떻게 더 허리띠를 졸라매... 어떻게 더 파이팅을 해. 최선을 다했는데 기회가 없었던 거야. 자리를 그렇게밖에 못 만든 세상이 문제인 거고 세상이 더 최선을 다 해야지. 욕을 하든 펑펑 울든 네 탓은 하지마"

모든 희망이 꺾인 후 민성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런 그에게 전하는 제혁의 위로는 든든한 위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왜 더 노력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제혁에게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민성. 그런 그에게 툭 던지듯 건넨 위로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독한 현실을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빽 있는 자들은 신의 직장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들어간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죽어라 노력해도 취직이 쉽지 않은 것은 사회 탓이다. 잘못된 시스템과 썩은 권력자들에 의해 나라는 엉망이 되고 수많은 국민들은 피해자가 되었다.

제혁이 이런 위로를 건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힘겹게 신고 선수로 넥센에 합격한 제혁. 하지만 그건 운이 좋아서였다. 함께 경쟁하던 선수가 공도 빠르고 제구력도 좋았다. 그럼에도 제혁이 신고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팀이 좌완 투수를 원했기 때문이다.

실력만 놓고 본다면 제혁이 합격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운 좋게 합격한 제혁은 미친 듯 노력했다. 지독한 그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고 그는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민성에게는 그런 행운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행운 대신 불행이 먼저 찾아온 그에게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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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을 위해 다시 제혁이 나섰다. 나 과장을 압박하는, 묵직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제안은 결국 민성이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게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의 이야기는 유 대위로 연결된다.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은 그 사건. 그 사건의 주범은 실질적인 지배자인 오 병장이었다.

국회의원 아버지에 사단장이 아버지 친구인 오 병장에게 부대는 우습기만 했다. 장교들의 말도 무시하는 그는 부대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그렇게 사건은 은폐되었고 억울한 희생자로 유 대위가 선택되었다. 자신을 때린 유 대위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유 대위는 형의 노력으로 반전을 이끌 증인을 찾게 되었다. 오 병장에게 눌려 진실을 밝히지 않았던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노력하고 있었다. 움츠렸던 진실이 튀어 오르려 한다. 그리고 그 반전의 시작은 이미 제혁에 의해 준비가 되었다.

민성과 고박사, 유대위로 이어지는 억울한 희생자들이 벌이는 진실 찾기는 이제 시작이다. 제혁과 지호, 준호와 제희의 사랑 이야기도 이제 막 시작이란 점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반환점을 돌며 더욱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과연 얼마나 슬기로운 방식으로 감빵생활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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