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을 꾸는 남녀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독특한 세계관의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이 가능해지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 구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꿈으로 미래를 보는 이들, 재찬과 홍주만이 아니라 우탁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전염이라도 되듯 예지몽이 번져가고 있다. 홍주가 오랜 시간 가지고 있었던 이 능력은 왜 재찬과 우탁에게까지 이어지게 된 것일까? 홍주는 어린 시절 아버지 죽음을 꿈에서 봤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날 이후 홍주는 알 수 없는 미래를 꿈을 통해 보고 있다.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상태까지 이어진 홍주는 그렇게 어머니의 죽음을 본 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재찬이 아니었다면 홍주는 어머니도 잃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상황이 될 뻔했다. 하지만 꿈에서 본 재찬은 그렇게 기이한 예지몽에 동참하게 된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성이 병원 옥상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깬 재찬은 당혹스러웠다. 너무 사실 같은 꿈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꿈에 등장했던 상황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못되게 굴던 앞집 여자의 이야기가 모두 맞았다. 눈이 쏟아지던 발렌타이데이에 운전을 한 것은 홍주가 아닌 유범이라는 사실까지 확인한 재찬은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재찬은 그날 인도 받은 새 차로 유범이 몰던 홍주 어머니 차를 가로막았다. 재찬의 행동으로 경찰 우탁은 살아났다. 눈이 오던 그날 도로를 건너던 우탁은 유범이 몰던 차에 치여 사망했었다. 하지만 재찬은 자신의 꿈을 믿고 그렇게 세 명의 삶을 살려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몰차게 홍주를 떼어내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잠시 사무실에서 잠든 사이 동생이 살인자로 잡혀간다는 꿈을 다시 꾸게 된다. 당황한 재찬은 꿈에서 그래서 내 말을 믿으라던 홍주를 찾아간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자신이 꾸는 꿈은 현실이다. 그리고 홍주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의 동생 승원 사건으로 인해 더욱 명료해졌다. 눈 오던 발렌타인데이에 친구 독주회에 가자던 동생. 그 동생이 짝사랑하던 아이가 바로 이번 사건과 연루된 소현이었다.

소현의 아버지 박준모는 의사라는 직책을 악용하며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질 나쁜 가정폭력범이다. 자신이 가진 엄청난 재산을 이용해 반복적인 폭행을 일삼는 그는 이번에도 법의 심판을 피해가는 듯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이가 바로 재찬이었다.

박준모를 변호하는 이는 유범이다. 악연으로 맺어진 유범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이 사건을 그대로 방치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치기 어린 생각에 밀린 사건들을 해결하겠다며 단순하게 바라보다 동생이 억울한 살인자가 되는 현실과 마주한 후에는 재찬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재찬이 홍주를 장례식장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같은 날 아버지를 잃은 그들은 같은 장례식장에 있었다. 재찬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이었다. 강직하지만 가정적인, 너무 좋은 아버지는 말썽만 피우는 재찬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유범이 저지른 사고를 떠안고 엄청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재찬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엉망진창으로 흐르던 재찬의 삶이 뒤바뀐 것은 그때부터다. 차가운 겨울 어머니에게 쫓겨나 옥상에서 아버지와 노숙을 해야만 하던 그때. 잠든 줄 알았던 아들을 향해 속마음을 드러낸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재찬은 달라졌다.

노랗게 물든 머리부터 바꾸고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던 그날 비가 세차게 내렸다.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던 아버지는 휴대폰을 두고 왔다며 아들을 먼저 보냈다. 그런 선택을 한 것은 군인 때문이었다. 군인의 가방에는 총이 숨겨져 있었다. 직감적으로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라 판단한 재찬의 아버지는 아들을 보내고 탈영병을 제압하려 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총탄, 현직 경찰이라고 해도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재찬 아버지를 죽인 탈영병은 홍주 아버지가 운전하는 버스에 올라탄 것이다. 홍주와 재찬은 모두 같은 아픔을 품고 있는 존재다. 그렇게 아버지를 잃은 그들은 아버지의 소원을 품고 살았다.

검사가 되기를 바란 아버지를 위해 재찬은 정말 검사가 되었다. 남자 같은 모습의 홍주는 아버지의 소원인 긴 머리를 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뭉쳐 있었다. 같은 나이의 홍주와 재찬이 꾸는 예지몽은 단순히 얻어진 것이 아닌 아버지의 죽음이 만든 결과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재찬의 꿈으로 목숨을 살린 우탁도 예외는 아니다. 그 기묘한 사건 후 우탁은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속에 홍주와 재찬이 있다. 뭔지 알 수 없는 이 기묘한 상황에 당황한 우탁은 순찰차에서 어딘가로 향하는 둘을 보고 그들에게 향했다. 승원을 구하기 위해 소현의 집으로 향한 홍주와 재찬은 겨우 사건이 벌어지기 전 이들을 찾을 수 있었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잔인한 폭력에 노출된 소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홍주는 화재경보기를 눌러 집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현장까지 찾은 우탁은 홍주를 도왔다. 그녀가 왜 화재경보기를 눌렀는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자신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잔인한 가정 폭력이 어떻게 세상 밖에 알려지지 않고 내재화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우탁은 검찰청 앞에서 재찬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 함께 식사라도 하자며 그와 함께 홍주 어머니가 운영하는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기묘한 상황이 현실이 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이 꾸는 꿈이 일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안 우탁은 실험하고 싶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고 싶었다.

꿈에서 봤던 모든 장면이 그대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재찬이 아닌 경찰 선배인 경한과 함께한 곳이지만, 그 꿈을 바꾼 우탁이었다. 꿈에서 봤던 모든 장면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에 유범도 등장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꿈과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재찬과 홍주만이 아니라 우탁까지 예지몽을 꾸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그리고 이들 모두 88년 용띠라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이런 공통점만이 아니라, 이미 재찬과 홍주가 같은 탈영병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곧 우탁 역시 같은 날 유사한 사건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탈영병의 가족이 우탁일 수도 있다. 물론 탈영병에 의해 피해를 입은 또 다른 가족일 가능성도 있다. 88년 용띠인 재찬과 홍주, 그리고 우탁이 동일하게 예지몽을 꾼다면 이는 누군가를 막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적은 유범이다. 과거부터 간사하게 자신의 이익만 추구해왔던 유범은 점점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보면 유범의 가족이 탈영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사건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예지몽을 꾸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셋은 서로의 능력을 이용해 악랄한 적과 맞서 싸우게 된다는 방식은 흥미롭다.

우탁이 예지몽을 꾸게 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홍주의 식당에 유범이 등장하고, 소현 모녀가 위기에 처하는 것 역시 예고된 결과다.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우탁이 등장했다. 홍주와 어머니, 그리고 우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재찬이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예지몽을 꾸는 88년 용띠클럽이 구축되었다. 그들에게 왜 그런 기이한 능력이 주어졌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홍주와 재찬은 탈영병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그들이 기이한 사건들에 말려들기 시작했다. 그 첫 사건은 홍주와 우탁이었고, 다음은 재찬의 동생 승원이었다. 그들이 예지몽을 꾸게 된 이유는 명확해진 셈이다. 이제 우탁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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