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낙하산 사장 반대와 공정방송 투쟁을 벌이다 해직됐던 YTN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기자가 3,249일 만에 복직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에서 해직됐던 YTN 해직자 6명이 모두 제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28일 오전 8시 YTN 사옥 앞에서 복직 기자 3명을 위한 출근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28일 오전 8시 YTN 사옥 앞에서 복직 기자 3명을 위한 출근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조합원 100여명은 7시40분께부터 YTN사옥 정문 앞에서 ‘해직자가_온다’, ‘우리지금복직’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해직자들을 기다렸다. 8시15분께, 지하철역에서부터 사옥까지 걸어온 해직자들이 다가오자 “3249일만에 해직자들이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해직자 3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빨리 오라”고 소리치자 사옥 위쪽에서 파란색의 종이비행기 수백개가 떨어졌다.

100여명의 조합원들 앞에 선 해직자 3명은 눈시울을 붉혔다. 2008년 10월 해직 사퇴 이후 해직자들을 위해 싸워 징계를 받았던 박진수 지부장 등 조합원들과 앞서 2014년 11월 대법원 판결로 복직된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가 해직자들에게 사원증과 꽃다발을 전했다. 해직자들은 묵묵히 사원증과 꽃다발을 받아들고 조합원들을 껴안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부 조합원들을 눈물을 보이며 해직자들에게 다가가 말없이 포옹했다.

현덕수 기자는 “9년 만에 YTN 식구로 복귀하게 된 것은 여기 계신 우리 동료 선후배들 덕분이고, YTN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주신 시민 여러분 덕분”이라며 “뭘 해야 할지, 무엇을 하자고 해야 할지 정리가 안 됐다. 앞으로 동료들과 열심히 채워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승호 기자는 “출근길 복직행사가 감동적이었다”며 “앞으로 복직해서 일로서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종면 기자는 “기다려 주셔서 고맙다. 앞으로 볼 날이 자주 있으니 천천히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수 지부장은 “오늘(28일)은 칠월 칠석이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오작교에서 만나듯이 우리가 만났다. 가슴 아픈 통한의 시간이었지만 다시 돌아와서 만나야 할 시간이었다”며 “8월 28일은 YTN 광복의 날이자 언론이 다시 설 수 있는 언론 광복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MBC 동지들이 (공정방송을 위해) 고생하고 있다. 함께 연대해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YTN 비상식이 상식으로 설 수 있게 하겠다”며 “YTN은 하나다”라고 외쳤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해직자 3명이 걸어들어 오는 길을 보고 정의가 걸어온다고 생각했다”며 “3명의 복직은 YTN의 집 나간 정의가 다시 들어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이 있기까지 함께 성원해주고 싸워준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뉴스로서 진실 보도해서 그 분들께 보답하자”고 밝혔다.

YTN 조승호, 현덕수, 노종면 기자가 28일 서울 상암 YTN사옥 1층 로비에서 사원증을 찍고 출근하는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날 저녁 7시 서울 상암 YTN사옥 1층 홀에서 '해직자가 오네요. 공정방송 ON AIR'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7월 YTN 이사회는 언론노조 YTN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선 후보 특보 출신인 구본홍 씨를 YTN 사장에 선임했고, 이에 반대 투쟁을 벌인 노종면 당시 지부장 등 6명은 해직됐다. 이후 복직 소송 1심에선 6명 모두 복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2014년 11월 대법원은 3명 해직, 3명 복직 판결을 내놨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에 나선 촛불시민들은 차기 정부의 과제 중 하나로 ‘언론 적폐 청산’을 외쳤고, 이를 힘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지난 5월 조준희 당시 사장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후 사측과 노조는 7차례에 걸친 복직협상 끝에 해직자 복직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9년 만에 이뤄낸 YTN 해직기자 3명의 복직은 ‘언론개혁’의 남은 과제로 꼽히는 KBS·MBC의 개혁에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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