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시작돼 오는 29일까지 진행된다. 파업 의견이 모아지면 MBC본부는 다음달 4일 '방송의 날'에 맞춰 파업 출정식을 개최하고 MBC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선다. 미디어스는 MBC 정상화 움직임에 맞춰 MBC출신 국회의원을 인터뷰한다. 두 번째 순서로 MBC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을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연합뉴스)

MBC 정상화를 위한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투쟁과 더불어 MBC 내부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최근 MBC에서 드러나고 있는 블랙리스트 사건, 이사회 회의록 사건 등은 충격을 금하기 어려울 정도다

MBC의 상황은 '일제시대'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수의 부역자들이 있고, 다수의 방관자, 소수의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역자들을 제외하고는 일제시대로 생각하면 만주로 독립운동 하러 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딱 편이 갈라져 있다. MBC 보도국에서는 구성원들이 말을 안 한다. 원래 보도국 분위기라는 게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고, 후배는 선배를 믿고, 때로 선배 결정이 잘못된 것이 있다면 후배가 문제제기도 하고 하면서 소통이 돼야 한다. 회사가 '사찰'을 하니까 서로를 믿지 못하는 거다.

나는 보도국을 떠나왔으니까 이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가끔 '문상'을 간다. 문상 가서 보면 부역자들 앉고, 다수의 방관자와 투쟁자들은 따로 앉아있다. 인사를 할 때도 방관자와 투쟁자들에게는 등급제를 둔다. 등급제로 인한 보복인사인 거다. 인사이동만 봐도 그 사원의 등급이 나온다.

한 예로 가령 강동에 사는 사람을 굳이 인천으로 발령을 내고, 강북에 사는 사람을 또 수원으로 발령을 낸다. 상암동 MBC 사옥 안에서도 빌딩이 2개니까, 메인빌딩이 아닌 곳으로 보낸다. 그런 식으로 등급인사, 보복인사가 계속해서 이뤄진다. MBC는 아직도 일제시대의 엄동설한이다.

MBC가 망가진 책임은 결국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이에 부역한 방송문화진흥회, MBC 경영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면권, 감독권 행사를 시사했는데, 자유한국당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금 방송통신위원회법에 따르면 KBS이사회, 방문진 이사회 임명권이 있다. 그 임명권이 임면권을 포함한다는 게 정연주 전 KBS 사장 쫓아냈을 때 판결이다. 다만 사장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임면권 행사라는 게 MB의 방식이다. 당시를 복기해보면 2008년 8월에 KBS 사장을 쫓아낼 때, 먼저 김금주 이사장을 쫓아내고 신태완 이사를 자격을 문제 삼아서 내보낸다. 7대4에서 5대6 구조를 만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사회 의결을 해서 정 전 사장을 쫓아낸다. 이걸 하려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얼마나 연구를 했겠나.

자유한국당이 이효성 위원장에게 반발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한다고 하는데 그건 어차피 해도 기각되거나 각하될 거다. 탄핵을 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될 수가 없는 얘기다. 구름 잡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얘기를 입에 올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법률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거다. 아무 거나 정치적으로 말만해서 붙인다고 슬로건이 될 수는 없다.

사실 감독권 행사의 경우에는 우리가 최시중, 이경재 방통위원장 시절에도 요구했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MBC와 KBS는 언론사다", "노사문제다"였다. 물론 언론사는 맞는데, 그 언론사 안에서 해고, 부당노동행위 등 온갖 일들이 다 일어났다. PD를 스케이트장 보내는 언론사가 세상에 어디 있나. 한두 명도 아니고 집단적으로 가학행위와 린치까지 가했다.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데도 노동부는 물론이고, 검찰도 수사하지 않고,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는 법원도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자유한국당과 입법·행정·사법이 모두 그들을 비호했다.

자유한국당은 방문진, MBC 경영진의 임기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임기보장도 중요한 법의 정신 중 하나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중요한 정신이 있다. 헌법 정신이다. MBC는 지금 '위헌 상태'다. 사소한 법을 위반한 정도가 아니라 상위개념인 헌법을 위반한 상태라고 본다. 인간성에 대한 침해고, 언론자유를 근본적으로 완전히 침해했다. 헌법의 기본적인 명제를 완전히 무시했다. 어떻게 헌법 장악 무법자의 임기를 보장하겠나.

지금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기소돼 있다. 고 이사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서 기소는 됐지만 대법원에서 범죄자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계속 이사장을 하겠다는 얘기를 한다. 재판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면 MBC를 위헌 상태로 만든 고 이사장의 임기를 우리가 보장을 해줘야 하는 건가. 이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장겸 사장은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김장겸 사장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고 본다. 김장겸의 목적은 문재인 대통령과 싸우고 장렬하게 전사해서 또 다른 부활을 꿈꾸는 거다. 대통령과 싸워야 싸움이 크고 근사하고, 그래야 미래가 있는 거 아니겠나.

그러나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구성원 절대 다수가 김장겸 사장은 안 된다고 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작년에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과거엔 모든 국가기관이 나서서 보호해줬지만, 이젠 다르다. 김장겸 체제를 보호해주던 건 다 없어졌고, 이제 방송을 둘러싼 정부기관이 김장겸의 편이 아니다.

김장겸 사장과 선후배 관계가 아닌가. 김 사장 사이에 일화가 있다고 들었다

예전엔 잘 지냈다. MBC에서 같이 일하는 선후배 관계였고, 내가 선배였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으면 챙겨주려고 노력했다. 김장겸 사장은 남자다운 좋은 장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내게 와서 상의하기도 했고, 나도 힘이 닿으면 도와줬다.

그런데 내가 앵커 하차 압박을 당하던 당시였다. 편집회의에서 김장겸이 "회사를 위해 물러나라"고 하더라. 내가 뭘 잘못해서 나가야 하냐고 하면서 설전이 있었다. 앵커 쫓겨날 때도 그랬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나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견딜 수 없어서 소송을 했고, 내가 이겼다. 2000만 원 배상을 받았는데, 그 돈을 당시 정치부장인 김장겸이 부담하는 게 맞는데 이걸 MBC 회사가 돈을 냈다고 하더라.

MBC에서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는 구성원들이 모두 후배들 아닌가. 지켜보는 마음이 괴로웠을 것 같다

나는 정년퇴직이어서 2011년 9월 30일이 되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년퇴직이니까 더 다닐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집은 떠나야 해서 하직인사 하고 떠나는데 늑대와 승냥이가 설치는 집에 같이 지냈던 가족 같은 후배들을 놓고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차라리 같이 싸울 수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힘이 됐을 텐데, 만약 떠나지 않을 수 있었다면 떠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회사니까 종이 한 장에 왔다 갔다 하지 않나. 그렇게 MBC를 떠났다. 그런데 이렇게 길어지고, 이렇게 처절하고, 이렇게 참담하게 될 거라곤 짐작하지 못했다. MBC를 장악하고 DNA 변경, 체질 변경해서 떨어질 수 있는 최하로 MBC를 추락시켰다.

사실 따지고 보면 MBC 시스템은 공영방송이 아니라 청영방송 시스템이다. 전두환 정권이 들고 나온 청영방송 시스템. 청와대의 생각이 그대로 투영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전두환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민주주의 체제로 뽑은 대통령이 '저질' 사장을 보냈다. 그렇게 온 사장이 MBC는 김재철 전 사장이었다. 김 전 사장은 청와대의 심부름꾼, 메신저였다. 독재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MBC에서 일어났던 민주주의의 역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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